낮은 자의 목소리…희생 없는 신앙
낮은 자의 목소리…희생 없는 신앙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9.1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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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김 훈 일 <초중성당 주임신부>

간디(Gandhi·1869-1948)는 인도의 민족지도자이자 사상가다. 그는 19세 때 영국으로 유학가 법률을 배웠고, 변호사로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건너가서 차별받는 인도 사람들을 보고 아힘사, 즉 비폭력 간디주의를 형성해 투쟁을 시작한다. 이 투쟁으로 세계에 알려진 그는 귀국해 인도를 식민지 통치하는 영국과 계속 투쟁을 해나간다. 1947년 7월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분할 독립되자 그는 78세의 고령인데도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의 융화를 위해 애쓰다가 반이슬람 극우파 청년의 총탄에 쓰러졌다. 간디의 삶은 평화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그는 생전에 국가가 희망이 없고, 멸망의 길로 나아갈 7가지 조건을 이렇게 말했다.

첫째, 원칙 없는 정치 둘째, 도덕 없는 상업 셋째, 노동 없는 부(富) 넷째, 인격 없는 교육 다섯째, 인간성 없는 과학 여섯째, 양심 없는 쾌락 일곱째, 희생 없는 신앙이다.

간디의 이 말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 깊은 성찰을 요구하게 한다.

건전한 시민 사회를 구현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 시대는 원칙 없는 정치에 흔들리고 돈만을 좇는 부정부패의 상업주의가 여전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성 부에만 매달리고 있다. 교육은 학생들의 인격을 무시한 지 오래 됐으며, 과학은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며 인간을 복제하는 데까지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으며, 쾌락을 위해서는 주택가 깊숙한 곳까지 향락문화가 들어선다. 그런데 간디가 말한 마지막 조건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심각히 생각해야 할 조건이다. 그것은 바로 '희생 없는 신앙'이다.

예수께서는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루가 923)고 말씀하셨다. 사회가 부조리하고 흔들린다면 그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

앞의 7가지 망국병이 들었다고 해도 공동체를 위해서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사회라면 희망이 가득하다. 그러한 역할에 가장 앞장서야 할 사람들이 종교인들이다. 종교인들이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에 투철하고 사회를 위해서 기꺼이 희생할 줄 알며, 종교적 교리에 대한 투쟁이 아니라 실천적 종교심으로 살아가야 한다.

종교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고, 교세의 확장에만 신경을 쓴다면 모든 종교가 가장 중요시하는 타인에 대한 사랑과 희생에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이 혼란한 시대에 국민에게 진정으로 위안이 될 수 있는 종교인들이 많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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