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큰 죄
세상의 큰 죄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2.12.2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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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수많은 죄들과 마주하고 사는 세상살이 입니다. 인명을 대량살상하고 삶터를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드는 전쟁범죄에서부터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장발장의 절도죄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수많은 죄들이 도처에 널려있습니다.

그 죄들이 인간의 삶을 피폐케 하고 암울하게 합니다. 그래서 죄를 지으면 조물주와 국가법이 그에 합당한 징벌을 합니다. 그런데 세상에 큰 죄를 짓고도 벌 받기는커녕 되레 큰소리치고 떵떵거리며 사는 부류들이 있습니다.

인도의 성자로 불리는 마하트마 간디가 지목한 세상의 일곱 가지 큰 죄를 지은 자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일곱 가지 큰 죄가 모두 사회적 혹은 정치적 문제여서 심각성이 큽니다.

첫 번째 큰 죄는 일하지 않고 얻는 부(재산)입니다. 땀 흘려 일을 하거나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않고 부를 축적하는 걸 이릅니다. 자기 몫의 일과 재정적 부담은 회피하면서 얻는 불로소득이 그러하고 뇌물이나 탈세 등의 범법으로 축적한 재산이 그렇습니다.

두 번째 큰 죄는 양심 없는 쾌락입니다. 양심에 구애됨이 없이 자기 탐닉과 자신의 욕구 충족을 일삼는 걸 이릅니다. 진실과 원칙들의 저장소이자 자연법칙을 감시하는 내면의 거울인 양심을 거스르는 행위입니다. 우리사회를 타락시키는 주범입니다.

세 번째 큰 죄는 인격 없는 지식입니다. 비정한 지식, 인류에 해악을 끼치는 지식을 이릅니다. 인격이 뒷받침 되지 않은 지식은 마약에 취한 사람에게 운전대를 맡기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언론과 정치권에 이런 자들이 많아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네 번째 큰 죄는 도덕이 결여된 상업(사업)입니다. 이윤 지상주의에 함몰된 몰인격적인 상행위를 이릅니다. 비양심적인 제품생산과 판매 그리고 공평성과 호혜원칙을 헤치는 상행위는 해악입니다. 한탕주의, 매점매석, 허위과장광고, 노동착취, 정경유착 등이 그렇습니다.

다섯 번째 큰 죄는 인간성이 결여된 과학입니다. 인간성이 결여된 테크닉과 테크놀로지를 이릅니다. 핵이 그렇고 첨단화되는 전쟁무기들이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성이 결여된 과학은 죄악입니다.

여섯 번째 큰 죄는 희생 없는 종교입니다. 자기희생 없는 기도와 이기적인 교세확장을 이릅니다. 신을 팔아 호가호위하는 종교인과 기득권세력들과 타협하는 종교들이 그렇습니다. 남이야 죽든 살든 오로지 자신의 안위와 잘됨만을 위한 기도가 그렇고, 잿밥에만 관심 있는 종교지도자들이 그렇습니다.

일곱 번째 큰 죄는 원칙 없는 정치입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정치를 위한 정치를 이릅니다.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라는 정치 본연의 원칙보다 당리당략과 기득권 지키기를 우선하는 작금의 한국정치가 그렇습니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고 자화상입니다. 80년 전에 간디가 경계한 일곱 가지 큰 죄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 세상 만난 듯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기가 찹니다.

세계사에 유례없는 고도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일곱 가지 큰 죄로 말미암아 삐꺽거리고 휘청거려서 입니다. 단죄해야 합니다. 아니 물리쳐야 합니다. 위화감을 주는 부의 축적, 쾌락탐닉, 인격 없는 지식의 남용, 부도덕한 상행위, 비인간적인 과학, 이기적인 신앙, 정치모리배 이 일곱 가지 세상의 큰 죄를.

어쩜 누구나 한두 가지씩은 알게 모르게 저지른 죄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죄인입니다. 회개하고 개과천선해야 하는.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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