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대란' 대책은 없는가
'날씨 대란' 대책은 없는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9.10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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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음은 참 간사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모두가 지긋지긋한 비에 넌더리 내더니만 반짝해진 햇볕에 언
제 그랬냐며 희색을 띤다.

이번의 '줄 비'가 오기 전엔 어땠나. "무슨 놈의 날이 이렇게 더워"하며 짜증들 내더니만 갑작스런 겹장마와 함께 기온마저 떨어지니까 언제 그랬냐며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는 둥 호들갑을 떨지 않았는가. 어디 그 뿐인가. 알곡이 채 영글지도 않았었는데 전례없는 대풍이니 해가며 선이자 갚듯 이구동성 떠들지 않았는가.

우리 주변엔 요즘 악몽 꾸는 이들이 많다. 이른바 날씨 대란으로 피해 입은 사람들이다. 아니 피해 정도를 넘어서 재앙을 입은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 가운데엔 한 철 벌어 1년 먹고 사는 사람들, 예를 들어 피서대목에 잔뜩 기대 걸고 없는 돈 투자했다가 되레 거덜난 사람도 있고, 몇 년만에 공사 하나 맡았다가 공기(工期)를 못 맞춰 졸지에 빚더미에 오른 이도 있다.

출하 직전의 과일들이 자고 나면 온 밭 가득 떨어져 수확을 포기한 채 망연자실한 사람, 고추는 붉어져 따야겠는데 하염없이 내리는 비에 밭고랑도 못들어가고 줄담배만 태우다 한 해 농사 망친 사람, 집앞 비닐하우스가 돌풍에 휘말려 엿가락처럼 휘어진 채 하늘로 치솟아도 손 하나 대지 못하고 기절초풍한 사람 등등 피해도,사연도 갖가지다.

가슴에 한이 맺히면 피멍이 든다고, 어디에 하소연도 못한 채 메마른 눈물 한숨으로 달래며 속으로 분을 삭히는 그들이다.

큰 지진이 나 집이 무너지고 태풍으로 강물이 넘쳐나 소, 돼지 떠내려가야만 재앙이고 천재인가. 크든 작든 자연적인 현상에 의해 빚어진 피해라면, 아니 적어도 사람 손으론 어쩔 도리가 없는 피해라면 당연코 재해요 재앙이 아닌가. 그들이라고 일부러 피해를 입고 싶었겠는가.

그건 아니다. 뭔가 잘못 돼도 크게 잘못됐다. 그들이 새까맣게 탄 가슴을 한숨으로 달랠 때 정부는 뭘하고, 지자체는 뭘했나. 정부 일 하고 지자체 일 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엔 비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었나.

기상청은 뭘하는 덴가. 비가 몇날 며칠이고 줄창 내릴 때 사람들마다 하던 말이 있다. "도대체 이 비가 언제 끝난답니까. 비가 온다고만 할 뿐 언제쯤 끝날 것 같다는 예보 하나 없으니 원."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정부는 얼마 전 일기예보의 선진화란 명목으로 엄청난 돈 들여 최신기기를 도입하고 인적 시스팀도 새롭게 했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한 것을, 그러나 그 자랑 이후 기상청의 덕을 봤다는 이가 있었는가. 오히려 오보가 많아지진 않았는가.

기자는 이번 기상이변을 '대재앙'이라 부르고 싶다. 온갖 분야에 가시적인 피해가 큰 것도 큰 것이지만, 이번 기상이변의 가장 큰 위력은 사람들의 인식을 일거에 뒤바꿔 놓았다는 점이다. '날씨가 이럴 수도 있다'는 데 대한 두려움과 혼돈이 그동안 각인돼 온 우리 나라 기상 인식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것이다.

한반도 기후가 온대에서 아열대로 가고 있다는 주장이 이번에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믿질 않았다. 하지만 이번 기상이변으로 많은 이들이 생각을 바꿨다.

안 바뀐 건 정부요 지자체다. 이번 날씨대란이 있을 때 최소한의 노력은 보였어야 했다. 어느 지역에 어떤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지, 그 정도는 어떤지 파악하고 방안마련에 나섰어야 한다. 당시 시간이 없었다면 햇볕이 난 직후, 아니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그러나 조용하다. 너무 조용하다.

지역 머슴이라 자칭하던 국회의원, 지방의원들은 다 뭐하는가. 대선주자들은 자신들의 '큰꿈'만 생각지 말고 민초들의 '작은꿈'도 생각해야 한다. 그들이 엄청난 걸 바라는가. 작은 관심과 위로의 말 한 마디면 죽다가도 살아날 사람들이다. 추석은 코앞인데 그들은 안중에도 없다.

지금 그들은 가을 걱정, 수확 걱정이 아니라 벌써부터 추운 겨울 생각하며 긴 한숨 내쉬고 있다. 남들 다 반기는 이 가을하늘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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