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거듭나야 산다
위기의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거듭나야 산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12.19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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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18년째 이어온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8월 행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과다비용 지출로 대규모 결손이 나면서 부실 회계논란이 영화제 명성에 흠집이 났다.

제천시는 최근 인사위원회를 열어 집행위원장과 사무국장을 업무상 관리 소홀과 배임 등을 이유로 해임했다. 올해 40억 원에 가까운 사업비가 지원되었지만 운영비 부족 사태로 끝난데다가, 임금 체불 문제까지 터지면서 제천시는 해임된 집행위원장과 사무국장을 고발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해임된 집행위원장과 사무국장의 법정 공방도 이어질 태세여서 사태가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처럼 사업비와 관련해 부실 회계가 논란이 되면서 영화제 폐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영화제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도는 떨어진다는 이유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국내 영화제 관심도 조사'한 결과도 부정적이다. 전국 200여 개 영화제 가운데 국비를 지원받은 9개 영화제 중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최하위를 기록해 폐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낮은 인지도로 시민들의 공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실비용까지 겹쳤으니 존립 자체가 커다란 위기로 다가온 것이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폐지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에도 폐지론이 대두하면서 홍역을 치렀다. 당시 최명현 제천시장은 매년 십수 억 원씩 소요되는 사업비를 통해 지역경제 발전에 득이 되었는지 의견을 수렴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존폐를 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소모성, 낭비성 행사에 대해 정리하겠다는 의지였지만 전임 시장이 추진해온 사업에 대한 반대가 아니냐는 여론에 밀려 폐지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폐지론이 선언되고 나서 지역 축제 현장에 파문을 던져 주었지만 이번 사태와는 결이 다르다. 부실한 비용 처리 문제는 행사의 성공 여부보다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제천시의회에서는 2023년 예산에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사무국 보조금을 36% 삭감했다. 제천시는 사무국 유지에 필요한 인건비와 운영비로만 보조금을 편성한 뒤 영화제 개최에 필요한 비용은 추경을 통해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영화제 개최는 불투명해졌다.

그렇다고 폐기가 답은 아니다. 역사를 살펴본다면 해법은 있다. 제천이 음악영화제를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음악과 영화, 환경을 주제로 특화한 영화제는 제천이란 지역의 중소도시를 주목하게 했고, 여름과 호수, 힐링을 엮어 제천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한국영화계의 영화음악가에게 주는 제천영화음악상을 신설했고, 경쟁부문도 도입해 국제영화제로의 격도 갖췄다. 또 야외무대에서는 음악 공연과 영화 상영을 동시에 진행하며 색다른 경험을 선호하는 젊은 애호가들을 제천으로 끌어들이며 나름의 성과를 보였다.

해마다 여름 한복판인 8월에 제천에서 펼쳐지는 음악영화제의 매력은 아름다운 청풍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음악 공연과 음악 영화다. 다양한 국가들의 음악영화를 보며 휴가를 보낼 수 있는 레이크파크 축제의 현장이 바로 제천이다.

지금의 이 위기에서 벗어나 영화제의 명성을 되찾으려면 거듭나야 한다. 느슨한 조직으로는 창의적인 영화제를 꾸려나갈 수 없다. 영화계의 인지도 있는 인물만큼이나 지역에 애정을 가진 인물을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앙의 영화계와 지역민의 네트워크가 단단하게 연계될 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도 흔들리지 않고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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