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매는 없다
사랑의 매는 없다
  • 강호정 청주시 남이면행정복지센터 주무관
  • 승인 2022.12.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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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강호정 청주시 남이면행정복지센터 주무관
강호정 청주시 남이면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조선시대의 화가, 풍속화의 대가 단원 김홍도 선생님이 그린 그림 중에 `서당도'라는 풍속화가 있다. 원생이 모여 있는 서당 안에서 훈장이 회초리를 들고 한 원생을 혼내 그 당원은 무릎을 잡고 울고 있는 이 풍속화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 번 이상 보았을 그런 유명한 그림이다.

만약 이 풍속화를 이 시대에 눈으로 판단하면 어떤 감상이 나올 수 있을까?

`군사부일체'를 강조했던 조선시대까지 살펴보지 않고 필자가 자라왔던 어린 시절만 보더라도 부모와 선생님이 때리는 매는 나를 바른길로 인도하는 위한 소위 말하는 `사랑의 매'였다.

당시 그 시절에는 선생님과 부모가 추구하는 가치이자 자부심이었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아동들 역시 당연하다 생각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지금 불혹의 나이로써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나를 위해 부단히 혼을 내고 매를 들었던 나의 아버지나 선생님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지금의 필자도 크게 이상하다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그렇게 가치 높던 `사랑의 매'의 현재의 평가는 무엇일까?

결론만 이야기하면 현재는 오래된 구식의 단어이자, 옳지 못한 양육 방법이며 더구나 불법을 논할 수 있는 단어가 되었다.

아동학대 조사 업무를 했던 필자의 경험을 이야기하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사랑의 매' 같은 예전의 가치를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는 분이 많다는 것이다.

본인이 겪었던 어린 시절을 본인에 자식에게 투영해 `나는 그렇게 커왔다. 지나고 나니 그것이 맞았다. 그래서 난 너를 사랑하지만 매를 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아동을 지도하는 사람에게는 쉽게 이해시키기 어려운 점이 있다.

시대마다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변화한다. 당시의 가치가 현재에는 옳지 않더라도 그 시대 사람들을 미개하거나 틀린 것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우리 어른들이 살아왔던 시절이 틀리지 않았다 하더라도 지금의 아이들에게 우리의 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변화하는 시대에 스스로 뒤처지는 `옛사람'이 될 뿐이다.

새롭게 생기거나 없어지는 법은 그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했던가!

2021년 1월 민법상 부모의 `자녀징계권'은 폐지되었다. 이제는 자녀를 때릴 수 있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는 뜻이다. 또한 폭력에 의한 훈육 방법은 단기간의 효과는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아동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여러 연구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 한 아이를 키우는 아비의 입장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아동을 양육하는 사람의 어려움과 고단함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가슴에 와닿는다.

세상에 쉬운 아이가 있을까?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아동에게 줘야 하는 것은 `사랑의 매'가 아닌 `사랑'임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의 시대는 그렇게 해야만 먼 훗날 장성한 아동이 고마움을 표현했을 때 조금은 떳떳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사랑의 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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