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변해야 하나
누가 변해야 하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2.12.14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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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남이 나를 바꾸고자 하면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내가 나를 바꾸면 실력이 된다.

세상이 변해야 내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될 일이지만 그 마음이 문제다.

최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교사의 변화가 없었다”며 대입 수시전형의 역풍 원인을 교사 탓으로 돌리자 교원단체들이 화가났다.

이 장관은 인터뷰에서 “대입 수시의 가장 큰 문제는 수업의 변화, 교사의 변화가 없었던 것”이라며 “지난 10년간 교사의 변화를 이야기한 적 있나. 교사의 책임이 가장 큰 데 교사는 무풍지대였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의 발언을 두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적반하장이라며 반박했다.

한국교총은 성명을 통해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입시 부정으로 대표되는 수시전형 신뢰도 추락 문제가 왜 교사의 책임인가”라며 “교사들은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바뀌고, 교육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와중에 자식 같은 교육자료를 갈아엎고 새로 쓰며 늘 변화했다. 현장 여건과 의견을 무시하고 일관성 없이 근시안적으로 추진해 온 입시정책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전교조 역시 “수시 역풍은 고위층의 부모 찬스, 특권 대물림 의 폐해로 인한 것”이라며“교사를 믿지 않고 오히려 교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교육부 장관을 보며 교사들은 다시금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교사 폄훼 발언에 대해 이주호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교육이 백년지대계인 적은 없었다.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바뀌고 교육감이 바뀌면 손질 대상 1순위는 늘 교육정책이었다. 매년 달라지는 교육 정책에 불안해진 학부모들은 학교가 아닌 사교육 시장에 자녀를 맡겼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 총액은 23조4000억원으로 전년(19조4000억원)보다 21.0% 증가했다. 사교육 참여학생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2020년 45만원에서 지난해 48만5000원으로 8% 늘었다. 사교육 참여율은 75.5%로 학생 10명 중 7명이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등학교의 사교육 참여율은 82%였다. 사교육 참여시간은 2020년 5.3시간에서 지난해 6.7시간으로 1.5시간 늘어났다. 정규 수업 이후 학생들은 학원으로 향한다. 학원 인근 편의점에서 저녁을 먹고 늦은 시간까지 공부에 매달린다. 온 종일 학교에선 교과서, 학원에선 참고서와 씨름하는 학생들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자신의 꿈을 잊은 채 학창시절을 보낸다.

경쟁에서 살아남도록 자녀를 끊임없이 뒷바라지해야 하는 부모들도 태어나면서부터 대입이 지상 목표가 되어버린 청소년들도 행복할 리 없다.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한국의 동향'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최근 3년 평균 5.94점으로 세계 59위에 그쳤다. 아동·청소년의`삶의 만족도'는 OECD 주요국 평균 점수는 7.6점이지만 한국은 6.6점으로 최하위였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교육정책 속에서 청소년들의 미래는 당연히 불투명하다.

정치권이라고 예외일까.

세 밑에도 여당과 야당은`네 탓'공방을 벌이며 으르렁댄다. 입으로는 민생이라고 변명한다.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취업준비생의 간절한 마음도,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서 동동거리는 대학생들의 불안한 심정도 안중에 없다.

교수들이 올 한해 한국 사회를 표현한 사자성어로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라는 뜻의 `過而不改'(과이불개)를 꼽았다.

윗물이 맑을 리 없는데 기대가 컸다. 정책 입안자들이나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변하는 부류임을 잊고 살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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