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의 걸작들
매혹의 걸작들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2.12.0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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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음악은 우리의 감각을 북돋는다. 어디 사람의 감각뿐이겠는가?

기르는 소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농부를 본 적이 있다. 우유 및 유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고 있는 일본의 한 우유 회사는 2021년 4월부터 일명 `모차르트 우유'를 판매 개시했다. 그 회사의 사장은 클래식음악의 애호가인데 우사에도 모차르트 음악을 틀어 소들이 듣도록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소가 순해지고 사람과도 더 친해지는 듯했다. 현재 그는 우사 내 스피커를 통해 오전 6시 반부터 오후 9시까지, 다양한 클래식음악을 젖소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그가 생산하는 우유에 포함된 유지방, 칼슘, 비타민 등의 함량은 다른 목장의 우유에 비해 높다고 한다. 특히 그의 `모차르트 우유'를 맛본 사람은 단맛이 진하고 뒷맛이 산뜻하다나? 그만하면 영양도 만점, 맛도 만점인 셈이다.

공식적인 종강을 하고 맞이하는 첫 수요일, 미리 예매해둔 전시를 보러 나섰다. 전시의 제목은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제목에 걸맞게 오스트리아 빈에 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15~20세기까지 합스부르크 왕가가 수집한 르네상스, 바로크 미술 시기 대표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회화, 공예, 갑옷, 태피스트리 등 장르도 다양했다. 그중 눈길을 끄는 작품은 왕가의 전시회답게 인물초상화들이었다. 그런데 이 전시에서는 초상화 감상에 적합한 음악을 함께 들려주어서 초상화 속 주인공의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유일한 여왕인 마리아 테레지아, 그 우아한 초상화에는 어떤 음악이 흐르고 있을까? 바로 하이든의 48번 교향곡 `마리아 테레지아' 2악장이다. 하이든은 1773년 에스테르하지 후작 가문을 방문한 테레지아 여왕을 환영하기 위해 이 곡을 작곡했다고 알려져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위엄 있는 분위기가 음악 때문인지, 초상화 속 인물 때문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또 막시밀리안 1세의 초상화와 다양한 갑옷들은 장엄한 미사곡 속에서 전시되고 있었고, 요제프 2세의 전시실 통로에서는 그가 후원했던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41번 교향곡 `주피터' 2악장이 흘러나왔다.

전시 음악의 백미는 루벤스의 그림과 함께 들려지는 `G 선상의 아리아'였다.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는 별도의 공간에 전시 중이어서 그 그림 하나에만 집중하여 감상할 수 있었다. 루벤스가 보여준 빛나는 색채와 생동감은 사진과 영상을 능가했고, 바흐의 은은한 선율은 필레몬과 바우키스가 대접한 소박한 저녁 식사를 더 아름답게 비추는 것 같았다. 그림 앞 긴 의자에 앉아 눈을 감으니 바로크의 두 거장, 루벤스와 바흐가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와 있는 기분마저 들었다.

사람에게 음악은 역시 좋은 촉매제가 된다. 이른 아침에 듣는 산뜻한 피아노 선율이 몸과 마음을 경쾌하게 하기도 하고, 달밤의 서글픈 곡조가 잊혔던 기억이나 사람을 불러내기도 한다. 이처럼 음악이 감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감각이 음악을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 오늘 전시의 말미가 그랬다.

총 96점의 전시품 중 95번째, 96번째 전시 작품은 1892년 수교 당시 고종이 오스트리아 프란츠 요제프 1세에게 선물했던 조선의 갑옷과 투구였다.

유럽의 갑옷, 투구와는 다른 그 두 점의 작품은 지금 보아도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에는 어떤 배경음악도 깔려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음악이 들리는 듯하였다. 날이 추워 그런지 번민하였을 황제의 마음도, 내 상상 속의 음악도 서늘하게 아니 어쩐지 서글프게 느껴졌다. 고종은 어떤 마음으로 선물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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