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의 추억
카타르 월드컵의 추억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2.12.07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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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16강전에서 만난 브라질의 벽은 역시 높고 험난했습니다. FIFA랭킹 1위다웠고, 영원한 우승후보국다웠습니다.

태극전사들이 그 벽을 넘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4대 1이라는 큰 점수 차로 졌지만 당당하고 장렬해 감동적이었습니다. 국민들이 고개 숙인 선수들에게 `죄송함, 미안함 금지'를 외칠 정도로 잘 싸워서 입니다.

12년 만에 원정 16강을 이룩한 경기력과 선수들의 꺾이지 않는 마음과 4년 뒤에 있을 월드컵의 희망을 봤기 때문이고,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국민들의 하나 된 마음에 감격해서입니다. 선수단 귀국과 함께 추억이 되어버린 카타르월드컵을 되새김질 해봅니다.

16강전에서 브라질이 아닌 조금 쉬운 상대를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하지만 축구강국인 우루과이와 포르투갈과 다크호스인 가나와의 예선전은 벤투 감독이 줄기차게 추구해온 빌드업축구가 빛을 발한 경기였고 한국축구의 수준과 위상이 달라졌음을 보여준 고무적인 경기력이었습니다.

특히 포르투갈과의 마지막 예선전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가나가 우루과이를 이기거나 우루과이가 가나에 2점차 이상으로 이기면 포르투갈에 이겨도 탈락하는 악조건이었고, 조 1위를 확정짓고 16강에 오른 포르투갈이 2002년 서울월드컵에서 패한 앙갚음을 하려고 전력을 다했기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집고 2대 1로 승리해 원하던 16강을 쟁취했고, 뭉치고 하나 되어 간절히 원하면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산 교훈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제게도 기념비적인 경기였습니다. 흩어져 사는 직계가족 전원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한마음으로 응원한 멋진 날이어서 입니다. 함께 모여 응원하고 이튿날 어머님 김장 돕자고 두 아들이 의기투합해서였습니다.

거실 TV앞에서 10살 손녀와 7살 손자는 도화지에 손수 그린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했고, 두 아들과 두 며느리는 치맥을 하면서 광화문광장에서 응원하듯 열정적으로 응원했습니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아 흐뭇했고 자식 키운 보람도 느껴 행복했습니다. 어려울 때 많은 도움을 주신 의형이 돌아가셔서 조문 갔다 밤늦게 돌아온 터라 상심이 컸고 야간 운전을 해 몹시 피곤했었는데 아들 손주들의 화목한 응원과 16강 쾌거 덕분에 시름을 날리고 원기도 회복했으니 말입니다.

언론들도 기적 같다고, 한편의 드라마였다고 극찬했고, 세계인들도 한국선수들의 투혼에 찬사를 보내니 감개무량합니다.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이강인 같은 월드클래스 선수만 있는 게 아니라 월드클래스 응원단이 있었기 가능한 쾌거였습니다. 깊이 잠들어 있을 밤 12시, 새벽 4시에 그것도 영하의 혹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광화문광장과 대형화면이 설치되어 있는 공간에 모여서 대한민국을 목청 높여 외친 젊은이들이 그들이고, 밤잠을 설쳐가며 TV 앞에서 한마음으로 응원을 한 국민 모두가 바로 그들입니다.

각설하고 월드컵축구는 올림픽과 쌍벽을 이루는 지구촌 대축제입니다. 4년마다 열리는데다가 지역예선을 통과해야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꿈의 무대여서 선수들에겐 월드컵 출전 자체가 영광이고, 출전국 국민들은 자국선수들이 월드컵무대에 선다는 자부심에 응원하며 하나가 되는 축제 중에 축제입니다. 출전국 모두가 자국출신 중 최고의 선수를 동수로 출전시켜 자웅을 겨루는 국가대항전이다보니 이변이 속출하고 12번째 선수라 일컫는 응원단의 응원도 격렬하고 다양해 뉴스가 차고 넘칩니다.

이번 2022년 카타르월드컵은 32개국 본선 체제의 마지막 대회이고, 사상 최초로 연말(동절기)에 개최되었다는 특성이 있고, 태극전사들이 12년 만에 갈구하던 원정 16강을 이룬 대회여서 추억으로 아로새깁니다. 최선을 다한 선수단과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즐긴 우리 국민들의 성숙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기면 멋진 거고 지면 경험한 겁니다. 스포츠도 인생사도.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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