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될 수 있나요
이웃이 될 수 있나요
  • 김은혜 수필가
  • 승인 2022.12.05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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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은혜 수필가
김은혜 수필가

 

여덟 살, 세 살 두 사내를 키우는 엄마가 실제 겪은 가슴 짠한 이야기다.

가정을 이루고 처음으로 집을 사 이사를 했다. 다음 날 아침 딩동 벨이 울린다. 누구지? 의아해하며 현관문을 연다. 아래층에 산다며 소음이 너무 크니 아이들을 자제시키라고 경고하러 왔단다.

“죄송합니다. 주의 시키겠습니다.” 그날 저녁이 되자 벨이 울린다. 누구지? 현관문을 연다. 아침에 왔던 여인이다. 아침에 했던 말을 토시 하나 빼지 않고 똑같이 한다. 이 엄마의 직업은 피아노학원을 운영한다. 2학년 아들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서 놀고, 둘째는 출근할 때 데리고 가 가정집 돌봄이 집에 맡겼다 셋이서 느지막이 퇴근한다. 그럼에도 하루에 두 번 찾아와 벨을 누루다니, 미안하단 마음보다 심하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더란다.

아침이 되어 아이를 등교시키려고 분주히 준비하는데 또 초인종이 울린다. 열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인다. 쉬지 않고 계속 울린다. 속마음이 인상으로 표출될 것 같아 문을 열고는 “죄송합니다.”라고는 얼른 닫는다. 그 후로도 매일 저녁이면 초인종이 울린다.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열어봤자 서로가 감정이 상할 때로 상한 터라 고운 말이 오가지 않을 게 뻔하다. 밖에서 문을 향해 심한 말을 하고 간다. 말로만 듣던 층간소음 갈등을 실제 겪는다. 야속한 마음이 쌓이면 다툼은 물론이요 살인까지. 진저리를 친다. 대화로 해결하기는 이미 도를 넘은 것 같아 손해를 보고 집을 팔기로 마음 먹는다.

이사할 집을 보러 다니다 맘에 드는 집이 있으면 아래층 집 초인종을 누르고 “위층 집을 사고 싶은데 여덟 살, 세 살 아들만 둘입니다. 이웃이 될 수 있나요?” 글쎄요. 대답하면 포기한다. 또 가격과 조건이 맞는 집을 만난다. 아래층 벨을 누른다. 할머니가 문을 연다. 전과 같이 설명한다. 할머니 “별소리를 다 하우. 아이 떠드는 소리가 없으면 어디 사람 사는 집이라 하겠소. 어서 오구려” 한다. `아이 떠드는 소리가 없으면 어디 사람 사는 집이라 하겠소.'란 말이 친정어머니의 말로 들릴뿐더러 “어서 오너라”라는 말로 들려 꾹꾹 눌렀던 울분이 봄눈 녹듯이 스르르 녹는 동시에 눈물이 주르르 흐르더란다. 그 후 젊은 엄마는 할머니를 친정어머니처럼, 할머니는 딸처럼 음식이 오가는 좋은 이웃이 되었단다.

어느 날, 조용하던 위층이 꿍꽝 우르르 요란스럽다. 우리 아이들보다 더 심하다. 큰아이를 등교시키려고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낯선 엄마가 자신의 첫째 아이와 비슷한 사내아이를 데리고 있다. “어제께 이사 왔습니다. 많이 시끄럽죠.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저도 사내만 둘인걸요.” 그럼에도 만날 적마다 죄송하단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 자신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짠해 친구로 다가가 서로 교육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좋은 이웃이 되었단다.

요즘 젊은 엄마들이 삶에 적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모처에서 본 문구를 여기에 적어 본다.

“밤이 되면 조금 시끄러운 것 같습니다. 살짝 주의해 주실 수 있나요?”

아랫층 현관문에 붙었다.

아랫층 주인 “죄송해요. 제가 중학생인데 깊이 생각을 못 하고 밤에 시끄럽게 한 것 같습니다.”라고 쓴 엽서를 윗 현관문에 붙인다.

다음 날 답장이 또 붙는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우린 이웃인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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