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친절
나를 위한 친절
  • 최은영 청주시 자치행정과 주무관
  • 승인 2022.12.0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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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최은영 청주시 자치행정과 주무관
최은영 청주시 자치행정과 주무관

 

“항상 시민의 눈높이에서 친절한 자세로 임하는 공직자가 되겠습니다.”

6년 전 공무원 면접을 볼 때 내가 면접관님들께 외친 예비 공직자로서의 포부였다.

그렇게 주민복지과에 첫 발령이 되었고,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돕는 통합관리 업무를 맡았을 때에도 친절함은 공무원의 기본적인 자세라는 생각으로 그들의 힘들고 아픈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마음을 위로해주고자 노력했다. 이후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업무를 보았을 때에도 여전히 친절함은 공무원의 사명감이라 생각하며 힘든 순간에도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

하지만 구청에서와 달리 현장에서 수많은 민원인들의 얼굴을 마주치며 부득이하게 민원인의 요구를 거절해야 할 경우도 많았고, 그럴 때마다 소수의 무례한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함께 일했던 민원업무 직원들끼리 모이면 이렇게 상처를 받으면서까지 `도대체 누굴 위해 친절해야하나?'라는 한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는 행정의 최일선으로 시민에게는 공무원들의 행정력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면접과 같은 공간이기에 가장 친절함이 요해지는 공간이지만, 매일매일 압박면접으로 타격을 받은 공무원들에게는 그만큼 친절 멘탈을 부여잡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현재 2년간 시청 지원부서에서 근무하며 외부민원을 상대하는 일은 줄었지만, 내부민원인인 공무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이따금씩 정신없이 과중한 업무로 일이 몰릴 때면 직원들의 요구사항이나 문의 전화에 어느 순간 그동안 지키고자 했던 친절함을 유지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반대로 다른 직원과 대화를 나눌 때에도 생각보다 냉소적인 상대의 목소리에 기분이 상할때도 있었다. 그러면 어느순간 또다시 `상대방도 불친절한데 내가 왜 친절해야하지?'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친절해야 할까?

최근 타 지역에서 민원전화를 받은 직원이 전화가 끊겼다고 착각하여 민원인을 험담한 사건이 있었다. 험담의 목소리는 고스란히 전해져 상대에게 큰 상처를 주었고 녹취록은 공개되어 엄청난 비난을 샀다. 상대에게 불친절한 말도 잘못되었지만, 불친절한 생각도 나 자신에게 큰 화살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세기의 영화배우인 오드리헵번의 명언에는 이런 말이 있다. `아름다운 입술을 가지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러운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 좋은 점을 봐라.'

내가 선택한 단어가 내 얼굴이 되고, 상냥한 목소리는 결국 나 자신을 나타내는 수단이 된다. 누군가를 위한 친절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친절을 베풀며 스스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공직자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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