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곡 100주년 가곡을 ‘마중’하다
한국 가곡 100주년 가곡을 ‘마중’하다
  •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 승인 2022.11.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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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며칠 전에 반가운 전화가 왔다. 세계적인 성악가 소프라노 조수미님의 소속사인데 조수미님께서 12월에 한국가곡 음반을 내는데 타이틀곡이`마중'이란다. 내가 작곡한 `마중'…. 음원을 들어봤는데 정통적인 형태가 아닌 크로스오버로 음반을 냈다. 조금 더 대중들과 함께하기 위함인 것 같다.

`마중'은 나의 창작물 가운데 가장 알려진 곡이다. 2014년 화천비목콩쿨 창작가곡 부문 1위 수상 곡으로 허림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곡이다.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어 세대를 아울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몇 년 전 jtbc 팬텀싱어2에서 박상규 성악가가 불러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해 최근에는 팬텀싱어 길병민 성악가가 부른 영상이 화제 되었으며 지금은 전문 성악가뿐 아니라 아마추어 성악가들에도 많은 사랑을 받는 가곡이 되었다. 이제`윤학준'과 `마중'은 세트 메뉴처럼 붙여 부르는 이가 많다.

재작년에 21세기 새로운 한국 가곡을 이끌고 있는 작곡가 4인에 선정되어 `한국가곡, 제2의 르네상스를 꿈꾸며'라는 주제로 음악잡지 `객석'과 인터뷰한 적이 있다. 바로 `마중'이라는 곡을 작곡했기 때문이다. 마중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중학교 시절, 또래 친구들 대부분이 대중가요에 푹 빠져 있는 동안 난 삼호출판사에서 나온 주황색 가곡 책 `한국가곡 123'을 보고 매일매일 가곡에 심취해 살았다.

당시 한국 최고의 테너 엄정행의 카세트테이프에 실린 수록곡을 몇 번씩 돌려 듣는 날이 많았다. `청산에 살리라', `동심초', `내 마음', `님이 오시는지', `목련화' 등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명곡으로 지금까지 많이 연주되는 단골 레퍼토리다.

올해는 한국 가곡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최근 한국 최초의 가곡 타이틀을 놓고 일련의 논쟁이 벌어졌는데 1920년 홍난파가 작곡한 `봉선화'와 1922년 박태준이 작곡한 `동무 생각'이 그것이다. 하지만 봉선화는 1920년에 기악곡으로 발표되었다가 나중에 성악곡으로 발표되었기 때문에 1922년에 발표된 `동무 생각'이 한국 최초의 가곡이라 보는 견해에 무게가 실린다.

정확한 한국 최초의 가곡이 어떤 곡이냐를 떠나 한국적 예술가곡이 우리나라에 탄생하고 100년의 시간을 품고 우리 곁에서 함께 해왔다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한국 가곡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전국적으로 많이 열렸다.

화음이 뛰어나며 시의 의미가 정교하게 담겨진 독일 가곡이나 밝고 화려한 울림이 특징인 이태리 가곡과는 다르게 한국 가곡은 노랫말에 애틋하면서도 애처로운 가사들이 녹아있다.

서양에서는 바로크부터 낭만 시대에 이르기까지 음악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을 즐겨왔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로 삶의 애환을 노래했다. 한국 가곡이 이 땅에 태어나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과 함께한 지 100년, 한국가곡도 이제는 다양하게 변화해 나가고 있다. 특히 젊은 성악가들 중심으로 아트팝과 같은 크로스오버 형태의 가곡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100년을 함께 했던 봉선화와 동무 생각, 앞으로 100년을 함께 할 새로운 가곡을 `마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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