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좀 하는 이유나
욕 좀 하는 이유나
  • 민은숙 청주 생명초 사서교사
  • 승인 2022.11.2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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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 생명초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생명초 사서교사

처음에 이 제목을 들었을 때 `동화 맞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욕'으로 시작하는 동화를 본 건 거의 처음이다. 그래서 호기심에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검색을 해 봤다. 욕심꾸러기, 욕심쟁이, 욕실로 시작하는 책 제목이 보인다. 이 책처럼 욕, 사전적 의미로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 또는 남을 저주하는 말'의 뜻으로 쓰이는 책은 얼마 보이지 않았다.

충북교육도서관에서 지원해주는 한 학기 한 책 읽기 책과 작가와의 만남을 이 책으로 하게 되었다.

책씨앗에서 선정하는 2020년 최고의 어린이 책이고 여성가족부에서 추천하는 나다움 어린이 책이다. 그런데 책 제목이 `욕 좀 하는 이유나'였던 탓에 이거 정말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좀 했더랬다. 그래서 책을 바로 구해서 검토를 겸해 읽었다.

책은 유나가 발로 돌을 던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 돌은 소미 무릎에 맞고 떨어지고, 유나는 미안하다고 사과는 하지만 뒷일이 걱정된다. 그런 유나에게 소미가 할 이야기가 있다는 말에 둘은 닭 강정을 먹으러 가고, 소미는 유나에게 욕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그것도 하찮은 욕 말고, 좀 더 창의적인 욕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유나는 창의적인 욕을 위해 태구의 이야기도 들어보다 그런 욕을 했다가는 내 입에서 고약한 냄새가 풍길 거 같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그러다 태구는 일반 임호준에게 가 보라며, 걸어다니는 욕 모둠 세트,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외국 욕을 모아서 한다는 소문을 알려 준다. 유나는 소미에게 기다려보라고, 임호준이 너를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하자, 소미는 울먹이며 호준이가 자기에게 자꾸 욕을 해서 자기도 욕을 배우려 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결국 호준이에게 욕을 배우려 하는 것을 포기하고 국어사전을 펼친다.

이후의 이야기는 교육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니 안심하고 끝까지 읽어주셨으면 한다. 처음에 이 책에 대해서 여러 욕만 나오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결국 모두가 잘 이해하고 화해하는 훈훈한 내용이니 걱정 안 하셔도 될 듯하다.

학교라는 사회에서 여러 갈등을 겪는다. 책을 구입하면서 청소년 도서로 `중2병이 아니라 우울증입니다'(제이컵 타워리, 뜨인돌) 이라던가, `사춘기라 그런 게 아니라 우울해서 그런 거예요'(양곤성, 팜파스)를 보니 아이들 마음을 잘 헤아려야지 싶다.

4학년 아이들과 작가 류재향 선생님과의 만남을 가졌는데, 실제 만나본 선생님은 소미 같은 성격에 가까웠다. 그래서 유나에게 이입해서 글을 쓰신 거 아닐까 싶다. 그리고 유나가 소미에게 욕을 가르쳐주기 위해 국어사전을 보는 장면이 있는데 작품을 쓰기 위해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여러 말들을 조사해보면서 좋았던 말로 `볕뉘'와 `윤슬'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면서 아름다운 말을 찾아보자고 해 주신 점도 좋았다. 고운 말을 찾아보면서 조금 더 마음을 다독일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싶었다. 작품 뒷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한 학년이 전부 작가를 만나는 것은 근 3년 만의 일이라 만남을 준비하며 긴장하고 아이들을 다그쳤는데 오히려 여러 불편했던 상황에도 의젓하게 작가의 말을 듣고 작품에 대해 진지하게 말하고 질문하고 대답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반성했다. 책 선정 때부터 걱정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친구관계에 문제가 있다 생각될 때, 아이의 말이 좀 심하다 싶을 때 부모 먼저 아이와 함께 읽어 보길 권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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