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이엄마 2
원이엄마 2
  • 반영호 시인
  • 승인 2022.11.24 1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론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안동을 여행하면서 특별한 먹거리를 체험했다. 안동하면 찜닭, 헛 제삿밥, 간고등어다. 그런데 간고등어, 그러니까 자반고등어가 유명하다는데 의아했다. 안동은 그야말로 내륙에 속한 도시다. 바닷가도 아닌데서 생선이 유명하다니…. 곰곰 생각해 보았다. 간 고등어는 보통 생이 아닌 소금으로 절인 것이다. 아마 활어가 귀하니 저장이 용이하도록 소금을 뿌려 두던 것이 유명한 간고등어로 발전되었을 거라 생각된다.

412년간 땅속에 있다 세상 밖으로 나온 아름답고도 애틋한 부부의 사랑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학업에 치이고 인간관계에 치이는 요즘, 잠시 원이엄마 테마공원길로 간다면 마치 능소화 같은 사랑 이야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며 힐링할 수 있다. 그래서 간고등어 요리로 배를 채운 후 다시 원이엄마 테마길을 찾았다.

부장물로는 편지와 미투리 말고도 원이가 입던 저고리, 원이 엄마의 치마, 형 이몽태가 아우에게 보내는 한시 `울면서 아우를 보낸다'와 부채, 이응태가 부친과 주고받은 편지 여러 통 등이 출토되었다.

발굴된 의복은 40여 벌에 이른다. 고성 이씨 족보에 이응태는 생몰년 미상, 묘 미상으로 적혀 있었는데 이 편지와 형이 보낸 한시로 생몰년을 추정할 수 있었다.

부친과 주고받은 편지에서 전염병이 자주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이응태는 전염병으로 숨진 것으로 짐작된다.

미투리를 싼 한지에도 한글 편지가 적혀 있으나 훼손된 탓에 “이 신 신어보지도 못하고…” 등 일부 글귀만 식별된다.

안동시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월영교는 원이 엄마 부부의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을 기리며 만든 나무다리다. 2003년 개통됐고 길이 387m, 너비 3.6m로 국내에서 가장 긴 목책 인도교며 미투리 모양을 담았다. 주차장에서 다리를 건너 반대편으로 가면 원이 엄마 테마길이 반긴다. 원이 엄마 테마길에는 사랑을 담는 병이라는 뜻의 상사병을 판매하며 이 병에 사랑을 담아 자물쇠처럼 걸어두는 곳이 있다. 또한 한쪽에는 원이 엄마와 관련된 이야기, 반대편에는 안동호가 있어 사랑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안동은 월영교 주변 야간경관 개선을 위해 `선비이야기여행 월영교 빛의 정원 조성사업'을 완료했다. 기존 영락교와 월영공원은 밤에 매우 어두워 일찌감치 발길이 끊겼다. 더불어 영락교·월영공원과 월영교·개목나루의 야간경관이 연계되지 못하고 단절됐다. 이 점을 고려해 수목등, 라인조명, 지중등을 설치하고 월영공원 수변산책로에 벤치를 확충하며 `빛의 정원'을 조성했다.

안동시 정하동 귀래정 인근 2118㎡ 상당 부지에는 `원이 엄마 테마공원'이 조성돼 있다.

공원에는 총사업비 14억8000만원을 투입해 원이 엄마 편지글 조각상과 현대판 번역본, 쌍가락지 조형물, 수경계류시설, 반원형 야외무대를 설치했다. 원이 엄마 편지글 조각상은 가로 58.5㎝, 세로 34㎝의 거대한 돌에 원본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은 듯한 모습이다.

바로 옆에 현대어로 풀어쓴 편지글이 나열돼 있다. 공원 중앙에는 옥색 쌍가락지 조형물이 있고 그 아래 원이와 원이 엄마 모자상도 볼 수 있다. 한쪽에는 정자 주변으로 물이 흐를 수 있게 계류시설이 있는데 마치 포석정을 연상시킨다.

영월교를 지나 원이 엄마 테마 길을 한바퀴 도니 발이 무겁고 출출해졌다. 허기를 채우고자 헛 제삿밥에 소주 한잔으로 야식을 즐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