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죽지 말고 살아
기죽지 말고 살아
  • 김은혜 수필가
  • 승인 2022.11.21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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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은혜 수필가
김은혜 수필가

 

물질 만능주의가 지배하는 요즘, 음성 품바 재생 예술촌에는 가진 것보다는 덜 가진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예술을 사랑하는 작가들이 버려진 폐품을 주워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을 만들어 놓았다.

창작의 이 공간은 소소하면서도 따뜻하다.

귀히 쓰다 효용 가치가 떨어져 버려진 폐품, 아니 신제품이 나오면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물건을 예술작품으로 재생시켜 전시해 놓았다.

버려진 자전거가 곤충이 되었고, 숟가락이 새의 깃털이 되었다.

재미와 의미가 있어 웃음 나는 작품들이 곳곳에 있다. 너무 흔해서 익숙해서 소중함을 모르고 마구잡이로 버린 것이 작가의 눈에 띄어 작품이 되다니.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작품 하나하나를 느긋하게 시간을 갖고 감상하니 무질서해 보이지만 볼수록 운치 있고, 낭만이 있고, 철학이 담겼다.

남아있는 오랜 흔적이 추억이 되어 찾아온다. 주인의 손길도, 더불어 살던 장소도, 성질도 보인다. 보고 있노라니 작품 속에 녹아있는 공생의 생각이 훈풍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깨지고 우그러지고 우중충한 빛깔 원래의 모양 그대로 쓰임 받았다. 누군가에게는 쓸모없다고 버림받았지만 누군가는 걸작품을 탄생시켰다.

보통은 자재가 비싸면 만들어진 물건의 몸값도 올라가기 마련인데 저 작품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몇 푼이나 주려나.

그리고 버려진 것들을 모아 기이한 작품으로 탄생시켜 제2의 인생을 살게 해 주었다고 고마운 마음으로 저것들을 주문해가는 사람은 있으려나.

쓰임새도, 성질도, 모양도 다른 여러 가지를 붙여 만든 작품 중 내 시선을 멈추게 한 작품이 있다. 드럼이다.

다행히 악기 앞에 스틱이 놓였다. 물어보나 마나 두드려도 된다는 신호다.

작품 속에 녹아있는 공생의 생각을 느껴 보고 싶어 양손에 들고 양은 냄비를 때렸다. 그리고 북을, 프라이팬을. 저마다의 음률이 다 다르다.

이 소리는 잊지 않고 찾아주어 고맙다는 인사인가, 주인에게 버려진 서러움의 한 많은 소리인가. 아니면 봐라,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는 환호성인가.

소리에 끌려 두드리는데 내 귀에는 이렇게 모여 사는 게 인생이라고 일러주는 듯 들린다.

행여 내가 버린 물건도 이 다양한 작품 중의 몸 일부분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머쓱해진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버린 것을 다행히 이곳에서 쓰임 받았다면 기죽지 말고 이렇게 살려무나. 우리 인간도 너네처럼 누군가에게는 쓸모없다고 조롱도 비웃음도 받지만, 어느 곳에서는 너네처럼 아주 귀하다 인정도 받지.

일상 속 모든 폐품이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품바 재생예술체험촌 광장에서 나만이 즐길 수 있는 생각을 한다. 이 땅에서의 주어진 거류민의 삶을 다하면 건축자인 유대인들이 버린 모퉁이 돌이신 예수님께서 마련해 놓으신 그곳 하늘에 가서 나도 너처럼 새 인생이 시작될 거라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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