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전환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시대의 전환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11.21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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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우리는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전환보다 더 포괄적 의미를 지닌 시대의 전환 시대를 살고 있다. 시대의 전환은 전통적인 가치가 무너지고 새로운 가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에서 디지털 전환보다 더 복잡하다. 사회구성원 개개인들의 가치관이 큰 강처럼 거대한 물결을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21세기 인류는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시대로 통과하고 있다. 입말처럼 떠돌던 4차 혁명의 시대가 코로나19로 앞당겨지면서 모호했던 디지털 혁명의 도래도 강제화되었다. 지금이야 코로나19와 바이러스가 일상 언어가 되었지만 3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려보면 코로나19는 죽음과 동격이었다. 마치 회전하던 지구가 멈춰 선 것처럼 공황 상태에 놓였던 지구촌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었다.

바이러스의 확산은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에 가속도를 붙였고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은 급작스럽게 찾아왔다. 그리고 대면 사회가 비대면 사회로 급격하게 꺾이면서 예전의 일상은 돌아갈 수 없는 과거가 되었다.

엔테믹 이후 일상이 회복되긴 했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비대면 사회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던 시간도 디지털에 기반을 둔 일상으로 자리 잡아가면서 기술에 의지한 삶의 비중이 커졌다. 과학기술이 접목된 삶의 디지털화는 지식기반산업이란 이름으로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이처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디지털 플랫폼 기술은 선진국과 선진도시로 집중되면서 지역의 한계성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까지도 떠안게 되었다. 20~30년 후에는 지역소멸이 현실화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처럼 디지털 환경은 지역의 미래까지도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글로벌 격차는 차치하고라도 지역 간 격차도 간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기술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시대의 전환'은 다른 측면에서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또 다른 시대정신의 요구가 전통과 미래의 경계, 대면과 비대면의 경계,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라는 모호한 접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경계라는 말처럼 가야 할 길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기에 안갯속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나라가 대한민국이지 않을까 싶다. IT산업의 눈부신 발전과는 달리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디지털 기술로 편리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지만 사회 구성원 간의 디지털 격차와 시대 전환에 따른 가치관 미정립은 사회 갈등만 키우고 있다.

이는 개개인의 철학과 가치관의 변화로도 읽을 수 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가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으로 많이 선회하고 있고, 정의라고 믿었던 것들이 정의롭지 못한 것들로 채워지기도 하고, 공정과 상식을 외치는 목소리가 클수록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인 일들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공동체 사회 속에서의 구성원 간 배려는 손해라는 인식으로 싹트고, 자아 중심의 사고가 일반화되면서 공동체 문화는 훼손되고 사회는 더 각박해지고 있다.

막막한 질문이지만 새로운 시대의 전환 앞에서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과 숙의가 필요한 시간이다. 무엇보다 기회가 사라지고, 기회조차 오지 않는 사회로의 전환을 경계해야 한다. 이는 새로운 미래가 인류에게 던진 질문이기도 하다. 개인과 국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이념을 뛰어넘어 함께하는 지구촌 정신이 시대 전환의 메커니즘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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