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의자
회전의자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9.06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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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이 수 한 <행동하는 복지연합 공동대표>

오래전 대중가요 중에 가수 김용만이 부른 '회전의자'라는 노래가 있다. 연세 드신 분들은 대부분 아실 만큼 유명한 노래다. '빙글빙글 도는 의자 회전의자에 임자가 따로 있나 앉으면 주인인데.'로 시작해 '아아아 억울하면 출세하라 출세를 하라.'는 구절로 끝나는 노래다. 인간의 출세 욕구를 잘 드러내고 있는 노래다.

사람들은 누구나 높아지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출세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람도 많다. 행사장을 가보면 출세의 정도에 따라 자리가 배정되기도 한다. 운동 경기가 열려도 높은 사람들은 로열박스라는 곳에서 관람을 하고, 웬만한 식장에 가면 VIP석 혹은 내·외 귀빈석이 따로 마련돼 있다. 사람들은 어느 자리에 참석하게 되면 가능한 한 높은 자리를 차지해 자신을 내세우려고 한다.

옛날 사람들은 자식자랑, 마누라 자랑, 특히 자기자랑을 하는 사람들을 팔불출로 쓸모없는 사람으로 여겼다. 그러나 현대는 자기 PR 시대라며 자기를 내세우거나 자랑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또 자기 자랑하는 사람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실제로는 남보다 나을 것도 없으면서 될 수 있는 한 위를 향해 나아가려고만 한다. 도대체 어떤 세상인지 겸손이 미덕이 아니라 교만이 미덕으로 비쳐진다. 가만히 있으면 당하고 손해를 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 분수보다 더 확대해 선전도 하고 잘난 척도 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알아준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스스로 올라간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하다. 올라가다 스스로 헛디뎌 떨어지기도 하지만 옆에서 기어이 붙들고 흔들어대 기어이 끌어 내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올라가면 많은 사람의 적이 되고 피곤해 진다. 결국 내려가면 손해나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것이 진정 올라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은 아래로 내려가는 습성이 있다. 내려가다 보면 큰 바다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멈춰버리면 웅덩이에 고여 썩게 된다. 또한 볍씨를 파종하기 전에 농부들은 먼저 씨앗을 소금물에 담가 좋은 씨앗을 고른다. 좋은 볍씨는 아래로 가라앉아 파종되지만 쓸모없는 볍씨는 위로 뜨게 돼 버려진다.

대통령 후보 경선이 끝난 당도 있고 진행 중인 당도 있다. 자기만이 적임자라며 자랑하는 것도 모자라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고, 나아가 없는 일도 지어내 상대를 폄하한다. 이런 모습은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충북의 한나라당 도당 위원장 선출에서도 '친 李', '친 朴'이니 하면서 서로 해야 한다고 난리다. 추대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겼으니 정권창출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해야 한다 하고,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생겨난 후유증을 치유하고 화합하는 차원에서 승자의 양보가 있어야 한다고도 한다.

말로는 국민을 위해서 일하게 해달라고 하면서도 결국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주인 없는 회전의자를 차지하기 위한 암투가 끝나면 그 과정이야 어찌됐든 억울하면 출세를 하라는 말만 난무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높은 자리는 영예도 따르지만, 그만큼 책임도 뒤따르게 마련이다. 차지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다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가져와야만 한다. 좋은 씨앗만이 좋은 나무가 되고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따라서 높은 자리를 파종하기에 앞서 제대로 된 씨앗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 위로 뜨는 가벼운 씨앗이 아니라 밑으로 가라앉는 알찬 씨앗을 제대로 골라 파종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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