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존재
가장 소중한 존재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2.11.1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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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그 무엇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나'가 없다면 이 세상의 그 무엇도 의미가 없다. 이 같은 말에 공감하는 것도 `나'가 있어야 가능하고, 반대하는 것도 `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하느님과 부처님을 믿는 것도, 엄밀하게 말을 한다면, 하느님과 부처님을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믿는 것일 뿐. 명상 수행은 물론 온갖 취미활동 등도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것이 나에게 유익하고 좋다는 판단에서, 나를 위해 하는 것뿐이다.

남의 자식이 아프면 내 자식이 아플 때만큼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내 자식이 아프면 자꾸자꾸 신경이 쓰이면서, 걱정이 증폭된다. 이 또한 `나' 때문이다. 자식이 아픈 것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 까닭에 신경이 쓰이는 것으로, 자신과 자식을 동일시함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바로 `나'라는 것이 나에게만 해당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다 자기 자신을 가장 소중한 존재로 생각한다는 사실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모두가 자기 자신을 가장 소중한 존재로 여기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거나 무시하는 일 없이, 진심으로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죄를 미워할망정 죄지은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누군가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대신, 자신의 이득을 위해 타인의 성공을 시기하고 질투를 하거나 욕을 하며 음해한다면, 언젠가는 그 누군가로부터 자신이 저지른 만큼의 대가를 반드시 되돌려 받게 된다. 이 세상은 모두가 다 하나로 연결된 인드라망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란 사실을 확실하고 명료하게 안다면, 나 이외의 모든 사람 또한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귀한 존재란 사실을 결코 모를 수 없다. 이 같은 맥락에서 공자님은 어느 제자가 평생 간직할 귀한 가르침을 일러 달라고 하자, “기소불욕(己所不欲) 물시어인(勿施於人)” 즉, 자기 자신이 하기 싫거나 당해서 싫은 일을 남에게도 강요하거나 저질러선 안 된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다만 한가지, 우리가 서로를 진정으로 존중하고 사랑한다는 것이, 무조건 상대를 인정하고 양보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신의 적도 옳은 것은 옳고, 친구도 그른 것은 그르다고 하는 올곧은 마음이 필요하다. 긍정할 것은 긍정하고 부정할 것은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합리적이고 올곧은 삶의 자세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진리다. 물론 누구나 어느 한순간 실수도 하고 후회할 잘못을 저지를 수는 있다. 문제는 타인의 비난이나 법적인 제재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가 자신의 잘못을 자각-인정한 뒤, 기꺼이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잘못을 교묘하게 회피하는 것보다, 기꺼이 자신의 잘못을 자각-인정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세상을 앞당기는 핵심 중 핵심이다.

자신의 잘못을 명료하게 자각하고 인정하기 위해선, 마음의 0점 조정이 전제돼야만 한다. 0점 조정된 지공무사한 마음만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상황을 왜곡해서 판단하는 일이 없다.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위해선, 지혜롭고 올곧은 판단을 담보해낼 수 있는 정견이 전제돼야 하고, 정견은 마음의 0점 조정을 통해 순수 의식을 회복해야만 가능하다. 마음의 0점 조정을 불교는 무아(無我)를 깨달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기독교는 심령이 가난한 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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