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도 나처럼 말해요
강물도 나처럼 말해요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2.11.1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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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우리 삶은 늘 불안과 걱정이 함께 한다. 인간의 평생 과제가 불안 극복이라 할 정도로 크고 작은 불안 속에 산다. 극복할 수는 있는 걸까? 마음을 더 불안한 상태에서 덜 불안한 상태로 이끄는 과정이 평생 과제를 해내는 것은 아닐까? 이 과정을 담담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책이 있다.

그림책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조던 스콧 글, 시드니 스미스 그림/책읽는곰> 속 주인공은 말을 더듬는 아이다.

낱말들이 목구멍에 달라붙어 학교에서는 말을 할 일이 없기를 바라며 돌멩이처럼 조용하게 지낸다.

발표 시간이면 얼굴이 얼마나 이상해지는지, 얼마나 겁을 먹는지만 보는 아이들의 시선도 견뎌내야 한다. 아버지도 함께 견뎌준다. 아버지는 아이를 지지하며 자신의 존재를 오롯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 힘을 보탠다.

아버지는 아이에게 자신의 고유성을 들여다보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유창하게 말하는 타인에 기준점을 두면 잘못되고 모자라는 것이 되지만 자신에게 기준점을 둔다면 나만의 말하는 방식이 된다는 것을 알게 했다. 말 더듬는 것을 아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질로 인지하게 한 것이다.

나를 들여다보는 방법과 기회는 모래알만큼 많다. 가족을 보며 깨우치기도 하고, 문학과 예술을 통해 알아차리기도 하고, 자연의 이치 속에서 간파하기도 한다.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로 아버지와 함께 나눈 순간들을 글로 썼다. 학교에서 말을 더듬어 받은 상처가 있을 때면 아버지는 강가를 함께 거닐며 아이의 마음이 풀리기를 기다려 줬단다. 언뜻 보면 고요한 듯 힘차게 흐르는 강물이지만 자세히 공들여 들여다보면 굽이치기도 부딪치며 소용돌이치기도 하며 흐른다. 그러기에 우리는 강물에서 역동성과 고요함을 본다.

주인공은 흐르는 강물을 눈으로 보고, 들어가 느끼며 자연의 흐름에 나를 이입한다. 강물은 어귀를 만나 천천히 흐르며 머뭇거리기도 하고, 물길을 바꿔 굽이쳐 흐르기도, 바위를 만나 소용돌이치기도 한다는 것을 본다. 그리고 알아낸다. 저렇게 당당히 흐르는 강물도 나처럼 더듬거릴 때가 있다는 것을! 시간은 지체 되지만 바위를 만나 부딪치며 생겨나는 거품으로 아름다움이 일고, 굽이치며 받는 힘으로 물살은 당당히 흐르고, 빠른 물살 너머 잔잔한 강물이 있다는 것을 안다. 아버지가 해준 말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를 자연에서 깨우치는 순간이다.

학자들은 인간의 성장 기간을 각각의 단계로 구분했는데, 그 단계의 기간은 개인 기질에 따라 차이가 있다. 유난히 한 단계에서 오래 머물며 되새김질하는 시기도 있고,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며 고민하는 시기도 있다. 그 시간의 기준을 타인에 두고 바라보면 조급하고 불안한 부모의 마음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이 되는 것을 우려한다.

`우리는 모두 독특하고 멋진 존재이며, 각각 다르고 특별하다. 내면으로 들어가는 순간, 나는 우리 모두의 본질인 영원한 일체의 독특한 표현과 연결된다. -마음 챙김 중-'

어릴수록 아이에게 미치는 부모의 영향은 지대하다. 자신의 고유성을 인지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켜보며 지지해 주는 부모는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아픔과 갈등으로 혼란스러울 때 존재 자체로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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