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 책임을 떠맡는 자
암흑의 책임을 떠맡는 자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2.11.1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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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자녀가 2년 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두 개 학교 중 한 곳을 선택할 수 있다. 한 학교는 교사진은 약하지만 정말로 뛰어난 훌륭한 교장을 임명했으며, 다른 학교는 유능한 교사진이 포진해 있지만 아주 형편없는 교장을 임명했다. 당신은 사랑하는 자녀를 어느 학교에 보낼 것인가?



# 좋은 판단의 기준

위 질문은 전직 교장이자 교수인 토드 휘태커의 저서`훌륭한 교장은 무엇이 다른가:What great principals do differently, 2020)'에 나오는 내용이다. 예상 밖으로 휘태커는 훌륭한 교장이 있는 학교에 자녀를 보내겠다고 했다. 훌륭한 리더를 가진 학교라면 2년 안에 더 나은 학교가 될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훌륭한 교직원이 있더라도 형편없는 리더가 있는 학교는 2년 안에 형편없는 학교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휘태커에 따르면 훌륭한 교장은 논란이 될 만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즉, 모든 결정의 기준을 그 학교에 있는 최고 수준의 교사들 기준에 맞춘다는 것이다.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변화를 시도하기 전에 훌륭한 리더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떠올린다고 한다. `우리 학교에 있는 최고의 교사들은 이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왜 교장은 보통 수준의 교사들을 기준 삼지 않고 최고 수준의 교사들을 기준 삼아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동료교사, 졸업생, 학부모들로부터 인정받는 최고의 교사가 좋아하지 않는 아이디어나 프로그램을 나머지 교사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최고의 교사들이 좋아하지 않는 프로그램이 실제 좋은 프로그램일까.



# `회피'라는 전략

부정적이고 무능한 직원을 최고 관리자들은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대개 포용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자신이 근무하는 동안에는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어쩌면 그것은 회피전략이다. 그들에게 일을 맡기거나 상호작용하는 것을 피한다.

휘태커 교수는 “교장이 개입하지 않으면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라며 회피는 효과적인 전략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서부영화로 유명했던 배우 존 웨인의 말을 인용한다. “용기란, 죽을 만큼 두려워도 결국 말 등에 안장을 얹는 것이다.”

학교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직원이 있을 때 교장은 해결하기 위해 용기를 내서 뭔가를 해야 한다. 이는 교장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함이 아니라 긍정적이고 유능한 교직원의 사기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 학교에 있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최고 관리자는 때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용기를 내야 한다. 암흑의 책임을 떠맡는 자가 돼야 한다.



# 암흑의 책임자

최고의 교사 또는 직원들이 부정적이고 나태한 동료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리더는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의 부담과 불편함을 덜어주어야 한다. 문제 있는 직원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다루는 것은 그들의 몫이 아니라 최고 관리자의 몫이다.

훌륭한 교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조직의 살을 도려내는 암흑의 책임을 떠안은 그는 몸과 마음이 많이 상하였다. 그를 아끼는 몇 직원들은 곧 인사이동 하실 텐데 그냥 넘어가자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여 마음이 까맣게 타가면서도 바로잡아나갔다. 멀리서 마음 졸이며 지켜보며 친구 교장에게 물었다. 왜 그리 힘든 길을 가냐고. 그는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보호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대다수의 훌륭하고 유능한 교직원들은 그런 교장을 고맙게 여기며 같이 근무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그 학교는 훌륭한 교장을 보유한 학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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