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없는 아이들
꿈이 없는 아이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2.11.1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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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꿈이 없는 청소년의 미래는 동굴과 같다. 때론 꿈은 삶의 명분이 된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살아가는 이유가 될 것이고 어디로 가야 할 지 헤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헤맨다. 어디로 가야 할 지 길을 잃었다. 당연히 학교 생활은 행복하지 않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왜 행복하지 않을까?

국제아동권리 NGO 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이 코로나19 기간 우리나라를 비롯해 20개국 아동의 삶의 질과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아동의 행복 순위는 20개국 중 18위(10점 만점에 7.10점)에 그쳤다.

학교 생활이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이 배움이 즐거울리 없다. 학생들은 친구를 만나기 위해 놀이터가 아닌 학원을 간다.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공부에 학생들은 꿈 꿀 시간이 없다. 오로지 목표는 대학 입시다. 학교나 가정에서 경쟁에서 살아남기를 강요받는 학생들의 삶은 늘 치열하다.

유기홍 국회의원과 학부모 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올해 전국 초등학교 60개교, 중학교 40개교, 일반고 40개교, 영재·특목·자사고 100개교 학생 5176명과 학부모 18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쟁교육 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결과는 우리나라 교육의 민낮을 보여준다.

설문에 참여한 학생 응답자 53.3%는`학업이나 성적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밝혔다. 이로인해 47.3%의 학생은`불안이나 우울한 적이 있다'고 밝혔고`자해 또는 자살을 생각해본 경험이 있다'는 학생은 25.9%로 집계됐다. `경쟁교육, 대학입시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고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51.4%가 그렇다고 답했다. 학부모의 64.8%도 대학입시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우리 교육이 대학 이름으로 줄세우기 하지 않는 교육(58.7%), 학원에서 선행학습 하지 않아도 되는 교육(54.4%), 시험성적으로 차별하지 않는 교육(39.9%)으로 변화하기를 희망했다.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어야 하지만 현실은 성적이 개인의 성공과 미래를 좌우하는 키로 작용한다. 학교 성적은 진학할 대학의 간판을 결정하고 취업할 기업의 순위는 대학 졸업장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미국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이자 최고기술경영자(CTO)인 폴 김 교수는 한국에서의 학교 생활이 끔찍했다고 털어놨다. 시험 성적은 최하위권인 데 수업시간에 질문을 가장 많이 하는 학생이었던 그는 12년간의 학교생활 중 즐거운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호기심이 많았던 그는 카메라를 보면 왜 찰칵 소리가 나는지 궁금해 기기를 모두 뜯어보는 학생이었다. 한국에서의 학교 성적이 늘 `양'`가'였던 그는 미국 유학 후 처음 수강한 음악 수업에서`A+'를 받았다. 음악 수업의 첫 과제는 감상문 제출이었고 영어를 못하니`This music is good'만 적어냈다. 교수는 그에게 한국어로 감상문을 적도록 한 뒤 사전을 일일이 들춰가며 내용을 이해했다. 교수는 그를 기다리고 이해하려 노력했다.

김 교수는 “교육은 일방향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티칭이 아니라 학생들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각각의 학생이 가진 유니크한 재능, 역량을 끌어내고 도와주는 게 코칭이어야 한다”며 “교육이란 관심 있고 좋아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잘하도록 돕고 이끌어 주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미국 교육과 한국 교육의 차이점으로 김 교수는 실패를 보는 관점을 꼽았다. 미국에서 실패는 다음 도전의 귀중한 자산으로 여겨지지만 한국에서 실패는 곧 `끝'으로 인식한다.

오늘 50만8000여명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다. 시험은 인생의 한 과정일뿐 끝은 아니다. 행여 시험 점수로 학생들이 실패한 인생이라고 낙담할 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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