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약속한 청주신청사
세계에 약속한 청주신청사
  • 윤승현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
  • 승인 2022.11.1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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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윤승현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
윤승현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

 

2020년 7월 14일 청주신청사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이 결정되었다. 규모 면이나 내용의 복잡성에서 매우 힘겨운 공모임에도 23개국 52개 팀이 공모에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9명의 국내외 심사위원의 면밀한 심사 끝에 노르웨이의 스노헤타 사무소와 한국의 토문 건축팀이 당선되었다.

당시 심사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공모를 통해 당선된 작품이 멋진 결실로 마무리되길 염원했고 응원해왔다. 하지만 근래의 분란을 듣고 착잡한 마음 지울 수 없다. 더욱이 당선작이 공사로까지 연속될 수 없는 이유가 과다공사비, 이용의 효율성 부재, 기존 본관동의 보존 시비라 하니 착잡함을 넘어 분개의 마음이 휘몰아치는 게 사실이다.

언제나 건축사업 시행 시 첫 번째 힘겨움은 부족한 공사비다. 그런데 부족한 공사비의 원인이 과다설계로 인한 쓸데없는 투자인지, 초기 사업비 계상의 과소로 인한 문제인지 묻고 싶다.

모든 건축사업은 긴 숨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고, 그 안에 수없이 많은 난관 역시 건축의 과정이다. 힘든 사안이 비롯된다고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완공이라는 마무리는 결코 이룰 수 없다. 의견을 모으고, 힘을 모아 극복해야 하는 사안이 공사비이고, 그 외 과정 속의 난관일 뿐 되돌아가야 하는 동기는 아닐 것이다.

청주시가 건립하는 신청사는 미래를 담보하는 청사다. 최소 3년 이후에나 활용될 청사이고, 앞으로 100년을 담보할 청사다. 이용의 효율성을 어떻게 지금 판단해 낙인을 찍을 수 있단 말인가? 앞으로는 시청이 시민에게 더욱 다가가도록, 좀 더 열리고, 여지를 확보해 시민의 활동을 포용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를 효율로 재단해 버린다면 미래의 청사는 결코 될 수 없다. 본래 어떠한 건축물도 고층보다는 저층형이 전용률에 있어 유리한 건축의 형식이다. 전문가로서 공모 당선작이 시민과 행정에 유리한 공간 환경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2019년 4월 15일, 노트르담 대성당에 화재가 발생했다. 활활 불타오르는 첨탑 광경을 보고 프랑스 국민은 오열했고, 세계 모든 이들이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프랑스 파리의 상징이자, 고딕 건축의 표상인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혁명 시기에 이르러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프랑스 시민의 오해로부터 비롯된 파손과 로마건축에 대한 열등의식의 발로로, 클래식 건축의 전형과 다르다는 이유로 없애자는 방향으로 몰아갔다. 다행히 비올레 르이라는 불세출의 건축가가 보존을 전제로 보수하였고, 결국 이 대성당은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의 유산으로 굳건히 남게 되었다.

청주시청 본관동이 왜색건축이라 폄하하는데 동의하기 어렵지만, 한자리에서 50여 년 이상 청주시의 성장사를 한몸에 새긴 건축물을 이렇게 쉽게 철거하겠단 결정에 의아스럽다. 새롭게 짓는 것도 묻고 또 물어 당위성의 숙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미 있어 기억에 새겨 있는 건축물의 철거 여부는 현재의 시민뿐 아니라, 과거, 또 미래의 시민에게도 묻고, 또 물을 사안이다.

조그만 주택을 지으려 해도 오만가지 고민이 있기 마련이다. 하물며 백년대계를 꿈꾸며 건립하는 청주의 신청사 정도가 되면, 백 가지, 천 가지 고민과 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머리와 머리를, 마음과 마음을 모아 힘을 합해야 할 것이다. 신뢰를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청주신청사 국제공모의 결과와 설계 기간을 통해 청주시는 시민과 전 세계에 멋진 건축물 짓기를 약속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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