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기업대출, 가계부채 이어 경제 뇌관되나
급증하는 기업대출, 가계부채 이어 경제 뇌관되나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2.11.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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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출 급증…세계서 두 번째로 빨라
자금시장 경색에 은행 찾는 기업들 다수

기업대출 위험도, 가계대출보다 커

대출 특성상 거액이 한곳에 집중돼

기업 도산, 은행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

관계형 금융 치중된 지방은행도 관리 필요

부실 징후 기업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해야



자금시장 경색으로 기업대출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금리는 높아지면서 은행 연체율이 증가해 금융권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업대출은 담보를 위주로 진행되는 가계대출과 달리 위험가중치가 훨씬 높고 대출 규모도 크기 때문에, 부실이 나면 과거 외환위기 사태처럼 은행권 전반으로 리스크가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금시장 경색에 기업대출 수요 급증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기업부채가 최근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업대출은 전년보다 89조8000억원 늘었다. 지난달 27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703조7512억원으로 전월 대비 8조8522억원 증가했다.



기업부채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부채비율은 전년보다 6.2%포인트 증가해, 베트남(7.3%포인트)에 이어 부채 증가 속도가 두 번째로 빨랐다.



기업대출 증가 원인으로 여러 요인이 꼽힌다. 우선 지난해 시작된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 때문에 은행들이 기업대출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다 대내외 금리인상으로 회사채 발행에 차질이 생겼고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가 더해져 자금시장이 가파르게 경색되기 시작했다. 결국 기업들은 자금조달 통로를 은행으로 틀었고, 기업대출 수요가 덩달아 급증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장에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과 회사채가 충분히 소화되지 못했다"며 "기업들은 결국 은행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대출 리스크, 가계대출 보다 훨씬 위험"



문제는 기업대출 특성상 리스크 관리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가계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담보가 있기 때문에 위험 가중치에서 차주의 비중이 작으나, 기업대출은 경기에 대한 부침이 심하고 담보 기반 대출이 아니라서 채권 보전에 대한 불확실성이 훨씬 크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경기가 불확실해진 상황인데다 금리까지 오르면서 기업대출의 부실 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며 "국민 경제의 기반이 되는 중소기업 특성상 금융당국과 은행이 기업대출을 규제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개인대출은 소액으로 다수에게 취급되는 반면, 기업대출은 거액으로 한 곳에 취급되기 때문에 부실에 대한 파장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예컨대 외환위기 당시 기업금융에 치중했던 한일은행은 기업 연쇄도산으로 부실이 커져 정부의 공적자금을 받기도 했다.



특히 충당금을 충분히 쌓을 수 없는 중소형 은행들은 이러한 리스크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방은행은 지역 간 관계형 금융을 지향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큰 기업임에도 거액의 대출을 해주는 등 여신 심사에 대한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서 교수는 "지방은행은 리스크 관리를 더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기업대출 롤오버(차환)할 때 금리를 크게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당국도 기업대출 관련 부실이 발생하지 않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대출 연체율은 약 0.2%로 굉장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다만 연체율이 전월 대비 조금씩 오르고 있고 최근 경기도 안 좋아지고 있는 만큼 안심할 수 없어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경쟁력 없는 기업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며 "부실 징후 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옥석가리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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