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적 작업환경에 숨진 20대' 사고 6일 만에 발인
'후진적 작업환경에 숨진 20대' 사고 6일 만에 발인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2.11.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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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 "안전관리의무 위반 인정, 대책 마련" 약속
유족 "사업장 내 사고 반복 우려, 재발해선 안돼"

노동계 "처벌받겠다 내용 없어, 사과 진정성 의심"



후진적인 작업환경에 또 한 명의 청년이 희생됐고, 가족은 눈물 속에 생이별을 했다.



13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 지난 7일 삼성전자 협력사인 디케이㈜에서 난 산재 사고로 숨진 A(25)씨의 발인이 진행되자 유족들은 참아온 눈물을 터트렸다.



사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며 장례 절차를 중단해 온 유족은 사고 6일이 지난 이날에야 발인을 했다.



고인의 친구들이 흰 천으로 덮인 관을 장례식장 밖으로 옮기자, 관을 어루만지던 어머니가 손을 뻗으며 오열했다.



"가면 안된다. 가지말아라 제발…" 무너지면서도 목놓아 외치는 어머니의 통곡 소리가 장례식장을 가득 메웠다.



고인의 영정을 든 친형도 참아온 눈물을 마스크 위로 뚝뚝 떨어트리며 말 없이 운구 버스에 올라 탔다.



생전 10살 터울 형과 돈독한 우애를 다져온 A씨는 사고 전날인 지난 6일 형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저녁식사 약속을 잡았다.



출퇴근 시간이 매번 엇갈리는 탓에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도통 얼굴을 볼 수 없었던 형제였다.



서로 일정을 맞추고 약속 날을 기다려 왔지만, 약속 하루 만인 7일 오후 9시 14분께 공장 내 원자재 가공 공정에 투입됐던 A씨가 사고를 당하면서 시간이 멈췄다.



가족들은 A씨의 죽음에 원통해 하다 급기야 지난 9일 장례 절차를 중단하고 사측을 향해 진정성있는 사과를 촉구했다. 사고 발생 5일 만인 12일 늦은 오후에서야 사측으로부터 사과문이 전달되면서 장례 절차가 재개됐다.



사측은 사과문을 통해 "이 사고가 회사의 안전관리 의무 등을 위반해 발생한 사고라는 점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뒤늦게 머리를 숙였다.



이어 "제반 시설을 점검해서 근본적인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와 근무 환경 개선을 통해 안전한 직장으로 탈바꿈하겠다. 쾌적한 작업 환경과 처우 개선을 통해 직원 복지를 향상시키겠다"고 약속했다.



A씨의 형은 사측에 "두 번 다시 이 같은 사고가 나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숨진 동생의 명예 회복 하나만을 원했다. 사측이 사과하면서 동생을 보내줄 수 있게 됐다"며 "누군가의 동생 또는 형제가 어떻게든 다칠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나지 않게 직원들의 처우와 복지 환경이 개선되고 안전한 작업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측의 사과로 발인이 엄수됐지만 노동계는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광주본부 관계자는 "사측은 유족과 합의 끝에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게 됐다. 산재 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철저한 법적 조치가 필요다"며 "사과문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을 달게 받겠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별 노조가 합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공식으로 문제 제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7일 오후 9시 14분께 광주 광산구 평동산단 내 삼성전자 협력업체 디케이에서 A씨가 1.8t 무게의 철제 코일에 깔려 숨졌다.



경찰은 공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노동청은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을 두루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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