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음(和音)
화음(和音)
  • 강석범 충북예술고 교감
  • 승인 2022.11.0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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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30년 전, 학생들과 같이 만든 음악 밴드가 있었다. 밴드라고 해봐야 그냥 오합지졸이긴 했지만, 공연 때만큼은 유명 밴드 못지않게 진지했다.

개별 앰프가 부족해 대형 앰프 하나에 두세 개의 악기 소리를 출력하다 보니, 정작 공연 때 연주자가 자기 악기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할 때가 많았고, 엉망진창의 공연으로 마무리되곤 했던 기억이 있다. 5~6명의 밴드가 서로 호흡하며 하나가 된다는 게 얼마나 어려웠던지….

지난 금요일, 충북예술고 박창호 교장 선생님의 개인적인 인연으로 독일에서 활동 중인 현악 4중주단`아레테' 초청 공연이 충북예고 연주 홀에서 있었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명 연주팀은 아니지만 2021년 제72회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콩쿠르 현악 4중주 부문에서 1위 및 심사위원상, 프라하 도시상 등 특별상 5개를 모두 휩쓴 알짜배기 순수 국내 뮤지션들이다.

첼로, 비올라, 바이올린 1, 2로 구성된 이들의 60분 공연은, 숨이 멎을 만큼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다.

공연 시작 전부터 특이했던 점은, 보면대가 연주자들의 눈높이가 아니라 허리 아래 높이에 위치해, 악보를 평소보다 내려보면서 연주하게 되는 무대 세팅이었다.

공연 전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4명이 완벽한 호흡을 맞추기 위해, 연주 중 서로의 표정이나 눈짓, 연주 감정을 잘 파악할 수 있게 하려고 생각해낸 방법이라고 한다.

신기할 정도로 완벽한 세션을 보여준 아레테 멤버들은, 연주 중 고개를 숙이는 각도와 머리채를 흔드는 타이밍까지 마치 한 사람이 연주하듯 기계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4명의 연주자는 자신의 파트에서 단 1도 튀지 않았고, 자신을 낮추고 상대 악기를 배려하는 눈짓 몸짓을 통해 완벽한 화음을 만들어냈다.

특히 리더인 첼리스트의 첼로연주는 `저렇게 참아도 될까?'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베이스임을 스스로 다짐하듯 움직였다.

손놀림은 물론 긴 목을 빼고 지휘하듯 악기에 따라 맞춰가는 희생정신(?)은 보면서도 놀라웠다.

`어쩜 4명의 연주자는 연주 내내 저리도 잘난 척을 안 하지? 분명히 연주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또 관객에게 확인시키고 싶은 충동이 있을 텐데….'

관객 관점에서, 나는 연주도 연주지만 그들의 연주 태도에 관심이 많았다. `어떻게 저 부분에서까지 하나가 되지?' 심지어 연주를 마무리하며 활을 머리 위로 올리고 맺는 속도와 각도까지 완벽하게 일치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마지막 앙코르곡을 청하지 않았다면, 나는 첼로 연주자의 실력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냥 계속 튕, 퉁, 튕, 두둥~만 하는 줄 알았는데, 앙코르곡에서는 말 그대로 첼로 줄 위로 손이 날아다녔다. `그럼 그렇지!'

리더인 첼리스트의 음악적 완성도는 절제력에서 나오는 듯했다. 그런 이유는, 아레테 연주단 전체 단원의 음악적 개념으로 이어진 듯 보였고, 결국 이들의 음악은 기름기를 쫙~뺀, 한치의 군더더기도 없는 담백함으로 무대 위에 펼쳐졌다.

`정말 저렇게도 연주하는구나….' 나는 그날 절제된 담백함에서 나오는 최고의 연주를 눈앞에서 보았다.

돌이켜보면 30년 전, 사실 우리도 눈 맞춤은 잘했다.

그러나 소리는 다 제각각였다. 다들 내가 최고이고 싶었으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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