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가경천정비사업 끝까지 졸속인가
청주 가경천정비사업 끝까지 졸속인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11.07 1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충북도가 추진 중인 가경천 정비사업이 공사와 행정 모두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세금만 낭비하고 있다. 더구나 이 사업은 2020년 시작부터 주민들의 반발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에서 행정 실패가 아닐 수 없다. 주민 편의를 위하고 재난에 대비한다는 사업의 명목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경천정비사업은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2020년 9월 충북도가 지방하천 정비사업이란 명목으로 청주 가경천 일대의 30년 된 살구나무 150여 그루를 베어내면서 시작된 공사는 가장 먼저 주민 항의에 부닥쳤다. 그도 그럴 것이 청주 가경천 살구나무거리는 1994년 쾌적한 주거환경과 가경동 및 복대동을 살기 좋은 동네로 가꾸자는 취지로 조성됐다. 약 7㎞ 구간에 살구나무가 심겨져 있어 꽃이 피는 봄철에는 장관을 이루며 주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30년 넘게 일상생활 속에 함께했던 그 많은 나무가 한 시간도 채 안 돼 하천 바닥에 나뒹굴면서 상실감을 느낀 주민들의 항의는 거셌다. 주민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막무가내로 추진된 공공사업은 절차상으로도 도마에 올랐다. 휑한 하천 모습에 “살구나무꽃이 필 때면 많은 시민이 가경천을 찾고 자부심을 느꼈는데 하루아침에 도둑맞은 기분”이라며 허탈감을 전했던 주민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이처럼 가경천 인근 형석아파트에서 경산초등학교까지 심은 살구나무가 모두 베어지고 하천을 넓히는 공사가 진행되면서 지역의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나서 가경천 살구나무 살리기 운동을 벌여야 했다. 봄이면 무심천 벚꽃과 함께 청주의 아름다운 거리로 주목받던 가경동 살구나무거리는 상당 부분 훼손되었고, 화사했던 꽃길도 가경천 일대에선 사라졌다. 충북도에선 뒤늦게 공청회란 이름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했지만 수많은 살구나무가 베어진 후였다. 그렇게 150여 그루 나무는 밑동만 남기고 사라졌지만 시민들의 힘으로 어렵게 살아남은 살구나무는 지금도 화사하게 봄꽃을 피우고 있다.

문제는 살구나무가 베어진 가경천 일대다. 삭막한 도심 한가운데에서 진행되는 하천정비 공사가 2년 넘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좁은 하천 양옆으로 공사 중 팻말이 걸려 있고 인도까지 막은 공사현장은 오랜 기간 주민 불편을 감수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홍수 위험도 없는 하천이 파헤쳐지고 공사 소음에 시달리고 보행 사고의 위험 속에서도 곧 끝날 공사를 기대하며 참아왔던 주민들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한다던 2개의 교량이 최근 모습을 드러내면서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사람 키보다 높이 건설된 교량은 육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도와 교량의 낙폭에 주민의 항의가 2년 만에 또다시 거세진 것이다.

일반인 눈에도 황당한 교량인데 이 다리를 건너 시장에 가고, 버스를 타러 나오고, 이웃집에 가야 하는 주민들 눈에는 안전사고의 위험지대로 비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현장의 교량 주변 여건은 교량의 높이에 맞게 인도를 높일 수도 없고, 좁은 하천에 경사로를 설치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충북도는 전문가들의 연구용역을 거쳐 기본계획 속에 교량이 세워졌다고는 하지만 현장성 없는 전문가의 실체만 드러낸 꼴이다.

안전사고가 일상의 불안으로 자리 잡고 있는 요즘이다. 안전 문제를 제기하며 재가설을 요구하는 문제에 대해 공사를 맡은 건설사도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충북도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