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계, 마진 높은 고부가 차량에 집중한다
완성차업계, 마진 높은 고부가 차량에 집중한다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2.11.0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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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업체들이 판매량 자체를 늘리기보다 마진이 높은 고급차 판매에 더 집중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차량 판매가 한풀 꺾일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내놓은 올 3분기 실적에서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30.6%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현대차는 이 같은 실적 개선 배경으로 강달러 효과와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증가를 꼽았다.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은 당시 컨퍼런스 콜에서 "제네시스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 고부가가치 차종 비중을 더 확대해 수익성을 강화했다"며 "전기차 생산도 늘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제고에 나섰다"고 밝혔다.



실제 서 부사장이 밝힌 고급 차종 중 SUV의 글로벌 판매 비중은 전년 동기 48.1%에서 50.6%로 확대했다.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판매도 전년보다 8.7% 증가했다.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증가는 미국 시장에서 한층 돋보였다.



단적으로 지난 2018년만 해도 현대차는 미국에서 제네시스 1만300대를 판매한 반면 싼타페는 11만7000대를 넘게 팔며 중형 이하 저가 차량 비중이 높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8월 말까지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 3만6000대, 팰리세이드 5만6000대를 팔며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특히 대당 8000만원에 달하는 제네시스 G90 마진율을 15%라고 가정할 때 대당 1200만원이 이윤으로 남는다. 단순 비교를 한다면 3500만원짜리 소나타 마진을 525만원으로 가정할 때 소나타 2.3대를 판매한 이윤과 똑같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현대차 딜러들은 "차가 없어 못 팔고 있다"며 "팰리세이드와 제네시스 같은 인기 모델을 한국에서 만드는 대로 미국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현대차가 고급 차종 판매에 주력한 것이 현지에서 먹혀드는 모습이다.



한국GM도 이전 중저가 모델의 한국 생산을 중단하고, 고급 모델 생산과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한국GM은 올초 다마스와 라보 생산을 중단했다. 지난달에는 창원공장에서 만들던 스카프도 생산을 멈췄다. 올 연말부터는 말리부와 트랙스 생산까지 중단할 예정이다. 한국GM은 당분간 내수 시장을 공략할 신차를 생산하기보다 고급 차종 수출에 주력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1000만원 이하인 다마스나 라보는 생산할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싼 차를 100대 파는 것보다는 트레일블레이저를 10대 정도 파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마케팅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GM은 내수시장보다 수출 모델의 생산기지화에 주력하고 있다.



단적으로 한국GM은 2019년 말부터 부평1공장에서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해 북미로 수출하고 있다. 현재 트레일블레이저는 내수 10%, 수출 90% 비중이다. 내년 1월 양산에 나서는 새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도 수출이 주 목적이다.



쌍용차도 마진이 높은 차량 생산에 고심하고 있다.



최근 쌍용차의 신차 토레스는 누적 계약 건수 8만대를 넘긴 했지만 경쟁 차량보다 저렴해 정작 수익성은 높지 않다는 진단이다. 일각에서는 토레스가 수익성보다 쌍용차 부활을 상징하는데 방점을 찍은 차량이라고 보기도 한다.



쌍용차의 또 다른 인기차인 소형 SUV 티볼리는 2016년 한때 흑자 전환의 주인공이었지만, 최근엔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지난달 티볼리는 단 437대가 팔리며 조만간 단종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쌍용차가 좀 더 수익성이 높은 차량을 내놓아야 의미 있는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고가 차량이 많이 팔릴수록 당연히 수익성이 좋아진다"며 "차량을 좀 더 고급화해 고객층을 끌어들이는 것이 완성차 업계가 가야 할 방향이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국내에서 판매하는 차량 중 현대차그룹이 7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수입차 브랜드가 17%로 뒤를 잇는다고 분석한다. 이외에 나머지 13% 시장을 놓고 르노코리아와 한국GM, 쌍용차 등이 물고 물리는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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