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은 참 예쁘다
청암은 참 예쁘다
  •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 승인 2022.11.02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산책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제천에는 `청암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1992년에 설립된 지적장애 학생 특수학교로 청풍 금수산 자락에 자리 잡아 있다가 십여 년 전 지금의 장소로 새롭게 이전했다.

가을이 한창 무르익어 청암학교로 가는 길은 노란 은행나무의 반짝거림으로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그것도 잠시, 청암학교 교문에 걸린 현수막은 오늘의 행사를 알리며 나를 반겨주었다. 행사 장소는 `면류관'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다목적홀이다. 부랴부랴 3층 면류관에 도착하자 청암오케스트라가 멋진 연주로 시작을 알린다. 급한 일정을 뒤로 한 채 청암학교에 온 이유는 바로 `우리 학교 노래 부르기의 날'에 초대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충청북도교육문화원에 근무할 당시 기획했던`우리 학교 노래 만들기' 공모 사업에 참여했던 청암학교가 그 결과를 발표하는 날이다. 이 사업의 목적은 단순히 교가를 교체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교육 주체가 즐겨 부르게 하기 위함이다. 요즘 대부분 학생들은 교가를 잘 모른다. 입학식, 졸업식 등에서만 부르는 의식가로만 쓰여 학교를 졸업해도 교가를 기억하기 힘들다. 또한 오래된 교가는 노랫말이나 음악적 스타일이 요즘 아이들의 정서와는 전혀 맞지 않으니 아이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취지로 시작된 사업이 바로 `우리 학교 노래 만들기'사업이다.

잠시 후 사회자가 중요한 내빈을 소개한다며 나의 이름을 호명했다.“우리 학교의 새로운 교가가 이 분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고 꼭 모시고 싶었다”며 나를 소개했다. 그리고 새로운 학교 노래 `청암은 참 예쁘다'에 영상을 입힌 UCC가 상영됐다. “친구가 생겼다. 공부가 즐겁다. 즐거움이 가득한 청암학교~(중략) 청암이 있어서 더 예쁘다. 오늘이 있어서 더 멋지다. 사랑을 다 하는 보금자리 밝고 맑은 청암학교~~”. `다섯 글자 예쁜 말'이라는 동요로 시작한 유치원·초등학생의 발표를 시작으로 고등학생, 중학생의 무대가 이어진다. 특히 전공과 학생들의 밴드 연주는 매우 수준급이었고, 이런 감동의 순간을 연출하기 위해 학생들이 연습하는 과정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노랫말을 곱씹고 멜로디를 학습하고, 그것을 몸으로, 소리로 표현하고….

새로운 교가를 다양하게 표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교가가 학교 문화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생각하니 새삼 내가 한 일에 대해 뿌듯함이 느껴졌다.

인간은 이 땅에 존재하는 순간부터 노래를 불렀다. 신에게 제사 지낼 때, 마을 축제가 있을 때, 슬픈 일이 있을 때, 기쁜 일이 있을 때도 인간은 노래를 통해 감정을 표현했다. 즉, 노래가 있으면 즐겁고, 노래가 있으면 행복하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서 노래 부를 기회가 많이 줄었는데 교육공동체가 함께 만든 `우리 학교의 노래'가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아침 등굣길에 흘러나오는 `우리 학교 노래'를 함께 부르며 하루를 시작하는 멋진 학교, 청암학교는 참 예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