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에서 묵으며
산사에서 묵으며
  •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 승인 2022.10.3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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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봉 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사람이 먼 길을 가다 보면 깊은 산 속 절에 머물 때가 종종 있다.

요즘 유행하는 템플스테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겠지만, 속세와 격리된 느낌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더구나 절의 위치가 우뚝 솟은 바위 위라면 격리감을 떠나 다른 세상에 온 게 아닌가 하는 신비감이 몰려들기도 할 것이다.

당(唐)의 시인 이백(李白)도 깊은 산 속 우뚝 솟은 기암절벽 위에 위치한 산사에서 하룻밤을 묵은 적이 있었다.


산사에서 묵으며(夜宿山寺)

危樓高百尺(위루고백척) 우뚝 선 누각은 높이가 백자나 되니
手可摘星辰(수가적성신) 손으로 별을 딸 수 있다네
不敢高聲語(불감고성어) 감히 큰 소리로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恐驚天上人(공경천상인) 하늘의 선인을 놀라게 할 것을 걱정해서라네


시인의 묘사는 직선적이고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우뚝 솟아 하늘에 닿을 것 같은 산사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데는 이만한 표현도 없을 것이다.

시인을 하늘에서 귀양온 신선(謫仙)이라고 칭송되게 한`蜀道難(촉도난)'을 연상시키는 과장과 너스레가 이 시에도 그대로 채용되고 있다. 높이가 백 척이나 되는 기암절벽에 우뚝 솟은 산사는 시인의 눈에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시인의 관심은 비교할 수 없는 산사의 압도적 높이이다.

산사가 얼마나 높은 데 위치해 있는지를 시인은 특유의 수법으로 그려낸다. 하늘까지 솟아서 손을 내밀면 별을 딸 수 있다든가, 큰 소리로 말하면 하늘에 있는 신선이 듣고 놀란다든가 하는 것은 시인 특유의 과장이자 너스레이다.

단순히 높기만 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갈구하는 불로장생의 신선 세계가 바로 코앞이라고 설파함으로써 사람이 실제로 신선이 될 수 있음을 넌지시 암시한다. 이 시에 격리감을 뛰어넘는 신비감이 도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이 오랜 기간을 살다 보면, 가끔은 인적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내 볼 필요가 있다.

세속에 찌든 심신이 힐링하는 데는 이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깊은 산 속 기암절벽 위의 산사를 찾아 가 묵으면서 인간 세상에서 벗어난 느낌을 가져 보는 것만으로도 지친 심신이 저절로 재충전 될 것이다.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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