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가을이다
어느새 가을이다
  • 심억수 시인
  • 승인 2022.10.3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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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엿보기
심억수 시인
심억수 시인

 

세상의 모든 것이 저마다의 색깔로 익어 가는 가을이다. 가을바람에 나부끼는 단풍잎의 춤사위가 아름답다. 자연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색다른 선물을 준다.

충주 봉황 자연휴양림 단풍잎에 가을 햇살이 쏟아진다. 계절마다 제각기 아름다운 산이지만 무지개로 물든 가을이 더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가을 햇살이 봉황 자연휴양림 아기단풍에 앉아 반짝인다. 아기단풍이 별이 된다. 아기단풍이 유년의 꿈과 희망을 담은 별이 되어 반짝인다. 유년 시절 우주선을 타고 별나라로 가는 꿈을 그렸던 추억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별이 된 아기단풍을 보며 나는 살면서 스스로 빛을 밝히는 항성의 삶을 가고 있는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충주 울궁산에 자리한 봉황 자연휴양림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휴양림으로 들어서는 순간 솔향기에 정신이 맑아진다. 깊은 산 속이지만 계곡이 서늘하면서도 아늑하다. 휴양림 산책길에 들어서니 단풍의 바다다. 온 산이 가을빛 전시장이다. 푸른 소나무와 낙엽송, 단풍나무, 갈참나무, 밤나무 등 다양한 수종에 내려앉은 가을이 찬란하다. 온통 가을빛으로 가득한 휴양림의 다양한 색상은 무지개도 흉내 내지 못할 황색을 띤 선명한 붉은색이다.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듯 닫혔던 마음이 확 트이고 정신이 맑고 상쾌함은 가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다. 하늘이 내려준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산책길을 문우들은 가만가만 가을을 만끽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문우와 4년여 만의 조우다. 코로나의 여파도 있었지만, 망막박리 수술로 외출을 삼갔다.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마음을 닫고 지냈다. 그렇지만, 살아오면서 큰일이 닥치면 서로 마음을 합하고 풀어나갈 길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나의 주장을 조금씩 양보하고 일단 큰일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그러나 사소한 일은 그러하지 못했다. 별것도 아닌 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인간의 심리는 언제 어디서든 자신을 내세우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인정받길 원한다. 그래서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사랑받고 싶어 한다. 나도 그동안 나서기를 좋아했다. 남의 말은 귀담아들을 생각도 않고 무조건 내 주장을 내 새우기도 했다. 그래야 나의 존재가 빛이 나는 줄 알았다. 마음의 문을 열고 자연의 소리를 듣는다. 찌들었던 욕심을 봉황 자연휴양림의 산자락에 슬며시 내려놓는다.

문우들은 내가 어려울 때 먼저 손을 내밀었다. 나는 덕석 그 손을 잡지 못했다. 알량한 자존심과 체면에 갈등하고 고민했다. 수많은 사람과 스치고 지나간 그 많은 사람 중에 나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다. 이 좋은 인연을 조금만 소홀히 하든지 마음에 상처라도 주면 어쩌지 못하고 나쁜 인연이 되고 말 것이다. 자신을 알아가는 수행자의 삶을 흉내 내며 문우들과 평생 좋은 인연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가을이 문우들을 따라 봉황 자연휴양림 산책로를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다. 가을이 되어서야 소나무가 푸르다는 것을 알아채듯 내 생의 가을 즈음에서 문우들의 소중한 인연을 돌아본다.

어느새 가을이다. 늘 곁에서 힘이 되어 주는 문우처럼 그렇게 가을이 우리 곁에 와 있다. 봉황 자연휴양림 속의 갈참나무 잎 하나만 떨어도 울궁산 가득히 하늘이 내려온다. 가고 오는 자연의 윤회 속에 욕심으로 앞만 보고 질주한 계절이 야속하다. 자연의 향기에 마음을 씻으며 나를 다독인다. 내 삶도 어느새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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