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 자살 아닌 명백한 범죄
동반 자살 아닌 명백한 범죄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2.10.30 16: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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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취재팀)
하성진 부장(취재팀)

 

경기 광명시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자가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충격을 주는 이유는 용의자가 다름 아닌 피해자들의 남편이자 아빠인데다 계획범행인 까닭이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25일 오후 8시 10~20분 사이 자택에서 아내와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두 아들을 흉기로 살해했다.

A씨는 지병으로 인해 1년여 전 회사를 퇴직한 뒤 경제적 문제 등으로 아내와 갈등을 빚어오다 사건 발생 사흘 전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사건 당일 피해자들을 차례로 살해한 뒤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를 이용해 밖으로 나가 범행도구를 버렸다. 인근 PC방에서 2시간가량 머물다 “외출 후 돌아오니 가족들이 죽어 있었다”며 119에 직접 신고하는 등 범행 사실을 은폐했다.

40대 가장의 반인륜적인 범행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충북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몇 년 전 증평지역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이 세 살배기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장에서는 해당 여성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와 흉기, 수면제, 극약이 나왔다. 유서에는 “혼자 살기 너무 어렵다. 딸을 데려간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자녀만 살해한 뒤 자살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2015년 7월 청주 청원구 사천동에서는 30대 여성이 여섯 살배기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이 여성은 “자살을 시도하려다 (나를) 말리는 아이를 보자 혼자 남게 돼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을까 일을 저질렀다. 아이를 따라 죽으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부모가 어린 자녀를 숨지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적잖다.

이런 비극은 대부분 가족 동반 자살이라는 표현으로 단순화된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범죄다.

경북대학교 수사과학대학원이 발간한 `우리나라 동반자살 최근 10년간 동향(2016, 저자 이호산)'을 보면 미성년 자녀 살해 후 자살 행위가 가족 동반 자살이라는 용어로 혼용돼 부모를 동정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한다.

하지만 사실상 선택권이 없는 자녀가 부모 손에 이끌려 생을 마감하는 일은 자살이 아닌 범죄 행위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비속 살인'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처벌 강화 논의는 답보상태다.

현행법은 상해·폭행·유기·학대·체포·감금·협박 등 거의 모든 종류의 강력범죄에 대해 존속 대상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조항을 따로 두고 있다.

부모나 조부모를 살해하는 패륜 범죄를 엄하게 처벌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자녀, 즉 비속에 대한 범행을 가중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영아살해죄와 영아유기죄가 있긴 하지만 오히려 일반 살인죄보다 형량이 낮다.

비속 살해는 가중처벌 규정이 없다 보니 일반 살인사건으로 다뤄진다.

2016년 신원영군(당시 7세) 사건, 2017년 고준희양(당시 5세) 사건 등이 여론의 주목을 받았고 2018년 비속 살인죄의 형량을 강화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법제화되지는 못했다. 존속 살해와 마찬가지로 가중처벌하는 개정안이 지금이라도 재논의되고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래야만 부모 손에 생을 마감하는 죄 없는 피해 아동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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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범죄? 2023-03-23 04:11:00
힘들고 힘들어서 죽겠다는데 나라가 방해하는거 아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