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가을 출렁이는 무인도
은빛 가을 출렁이는 무인도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10.27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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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그곳에 가다-충북의 미래유산을 찾아
충주 비내섬
발길 닿는 사방이 억새밭
우뚝 선 버드나무 이정표

 

황금빛 들판이 하나 둘 비어갑니다.

비움이 크기가 커질수록 채움을 알리는 또 다른 시작임을 예고합니다.

비움과 채움의 경계처럼 찾아간 비내섬, 남한강 물길이 섬을 도도하게 감싼 채 은빛 가을로 출렁입니다.

억새 가득한 섬 자락에 외롭게 서 있는 버드나무가 빛나는 시간을 누리며 깊어지고 있습니다.

고즈넉한 그 시간 위를 발길 닿는 대로 걸어봅니다.

억새밭 사이를 헤매면 헤매는 대로 길을 걷다가, 길이 막히면 막힌 곳에서 유유히 흐르는 물길에 마음 한 가닥 띄워봅니다.

사방이 길이면서 사방이 사라지는 곳, 혼자인가 싶은데 혼자이지 않은 곳, 나와 나의 객관적 거리마저 길이 되는 곳이 바로 비내섬입니다.

계절마다 다른 옷을 입고 나타나는 무인도지만 은빛 가을엔 시간도 느리게 흘러갑니다.

무연의 자연이 올곧이 살아있는 섬의 하루가 은빛 갈치처럼 그렇게 반짝입니다.

/연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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