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힘, 변화의 시작
교육의 힘, 변화의 시작
  •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 승인 2022.10.2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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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담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몇 년 만에 만나는 파란 하늘이 기분 좋다. 꽃 구름 속 향기가 전해지는 듯 코끝을 찡긋거리며 바쁜 일상 가운데 잠시 마음의 쉼을 얻곤 한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가을이 너무 짧아 늘 아쉬움 가득하지만 아마도 그래서 더 간절하고 짙은 감성을 누리는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청주시 가족센터'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결혼이주여성들의 지도력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

결혼이주여성 중 한국어 능력이 뛰어난 이들을 중심으로 `한글 문해력 강사', `다문화 이해 강사', `전문 통·번역봉사단' 등을 양성하고 지역 사회 필요한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이 한글을 가르친다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120여 시간의 교육과 실습 이수를 통해 배출된 `한글 문해력 강사'들은 후배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정서적 교감을 나누며 초기 입국자들에게 한국 생활 적응을 위해 필요한 생활 정보도 제공한다.

또한, 중도입국 자녀들을 위한 활동도 활발하다.

중도입국이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부모를 따라 입국한 아이들로서 한국어 실력이 미흡해 학습 장애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으며, 정서적 어려움으로 학교생활 부적응과 대인 관계 문제에 노출되기도 한다.

이런 중도입국 자녀 가정에 방문하여 한국어 지도와 학습 지도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러한 결과로 아이들의 학습성취도가 향상되는 모습을 만나기도 하였다. 강사들은 보람과 자부심으로 지역 사회에 더 필요한 활동을 하기 위해 보수교육도 열심히 참여하고 질 높은 교육을 위한 방법들을 함께 논의하며 공유한다.

`다문화 이해 강사'로 활동하는 분들 또한 교육과 실습으로 배출되었으며 유치원, 어린이집 등 교사와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 이해 교육을 시작으로 현재는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확대 시행되고 있다.

얼마 전 `청원생명축제'에서 다문화 놀이 체험 부스를 운영하였는데 어린이집에서 단체 체험을 온 유아들이`우리 이 놀이 알아요.', `우리도 이거 해봤어요', `우리 이거 배웠어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리 선생님들의 뜨거운 열정으로 다져진 교육의 결과라고 한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전문 통·번역봉사단'은 현재 10개국, 14명의 활동가가 통·번역이 필요한 곳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예컨대 한국어가 아직 서툰 결혼이주여성들은 병원에 가는 것조차 두렵다.

어디가, 어떻게, 언제부터, 얼마나 아픈지를 묻는 문진에 답할 수 없고 의사들의 처방과 주의 사항도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긴급위기 상황 시 통역은 더욱 절박하다. 실제로 어느 새벽, 사고가 난 외국인 근로자가 119로 후송되던 중 소방서로부터 연락을 받은 통역봉사자가 주저 없이 병원으로 달려가 준 덕분에 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상당히 자랑스럽고 보람되었던 시간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지역 사회에 빛나는 지도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다문화 사회 곳곳, 필요한 자리마다 달려가 공헌하는 빛나는 열정과 노력은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를 이루는 초석이 될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여 우리 사회의 커다란 자산이 되고 있다.

교육은 사람과 지역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힘이며 유일한 방법이다. 몇 년간의 교육 활동이 기분 좋은 변화로 마주하여 존중과 배려로 자신의 자리에 걸 맞는 조화를 이뤄 진정한 다문화 사회가 한 걸음 다가서고 있음을 깨닫게 하니 가을을 보내는 마음도 기쁨으로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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