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창구 만들고 싶어요”
“서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창구 만들고 싶어요”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10.2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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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국 서예 대중화 나선 곽현기 서예가
충북서 처음 한글날 기념 서예 큰잔치 열어
12월엔 예봄갤러리서 전시·세미나도 개최
“서예 돈은 안되지만 정신문화·삶의 즐거움”

 

“서예가 대중들에게 멀어지고 있어요. 전업 작가에겐 예술에 전념할 수 있는 지원을, 대중들에게는 서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열린 창구를 만들고 싶어요.”

충북에서 활동하는 서예가들이 결합한 한국서예단체총연합회 충북지회가 올해 처음으로 한글날 기념 서예 큰잔치를 열어 도민들과 함께 서예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행사에 집행위원장을 맡은 곽현기 서예가는 “서예가 전문가 영역에 머물고 있다 보니 우리의 생활 속에서 서예를 경험하기 어려워졌어요”라며 “한글 퍼포먼스와 같이 서예라는 시각예술을 공연예술로 보여줌으로써 일반인들이 서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시민 참여를 통해 서예와 일반인들의 거리를 좁혀나갈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곽 위원장이 서예 대중화를 외치는데는 작가의식에서만 비롯된 건 아니다. 신협이사장을 퇴직한 후 서예가의 길에 전념하면서 예술의 힘이 삶의 가치를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서예는 돈이 되지 않아요. 붓을 잡은 지 30년이 넘었지만 일하느라 전업작가로 활동하지는 못했어요. 퇴직 후 서예에 전념하면서 정신문화세계에 빠져들었고 배우면서 삶에 또 다른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는 곽 위원장은 “붓의 크기에 따라 서체도 달라지고 서체의 힘도 달라져요. 털의 길이도 서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죠. 붓을 활용하지만 몸으로 익히는 것이 서예입니다. 오랫동안 붓을 잡아야 알아지는 게 있으니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라고 작가로의 고충도 들려줬다.

한때 초등학생들도 붓을 잡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젊은 서예가 유입도 쉽지 않다. 전업작가의 길을 걷는 충북의 서예가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한국서예협회 충북지회장으로서 서예의 미래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곽 위원장의 역할도 막중하다.

곽 위원장은 “모든 예술장르처럼 서예도 분리해서 가야 합니다. 취미생활로의 서예와 전업작가의 길은 다르니까요. 전통서예가들에게는 자신의 예술세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만들어주는 일이 중요합니다. 서예진흥법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그런 이유였죠”라고 말했다.

이어 “생활 속 서예와 전통 서예라는 2가지 트랙으로 프로와 아마추어 예술인을 구분해 지원하면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체험행사와 이벤트가 진행된다면 제2의 서예 대중화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중들이 서예와 멀어졌지만 서예를 사랑하는 서예가들의 열정은 뜨겁다. 오는 12월에는 한글날 진행한 시민서예체험 작품을 패널로 만들어 충북교육문화원 예봄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세미나도 개최해 팬데믹 이후 서예가 이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곽 위원장은 “서예는 오랜 역사를 지난 장르임에도 재료나 기법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예술입니다. 지필묵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라며 “서예가 이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이고 어떻게 서예를 발전시킬 것인가를 모색해 나가고 누구나 쉽게 서예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충북지역의 서예문화를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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