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청사 건립 선택과 책임의 시간
청주시청사 건립 선택과 책임의 시간
  • 연지민 부국장
  • 승인 2022.10.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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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청주시청사 건립을 두고 지역사회가 갈등 조짐이 일고 있다. 청주시가 옛 시청사 본관을 철거하고 국제공모로 선정한 신청사 설계안도 다시 실시하겠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커지는 모양새다.

더구나 한범덕 전임 시장의 임기 기간에 신청사 건립을 확정 지은 사안을 이범석 현 시장이 뒤엎는 결정을 내리면서 행정절차 무시라는 새로운 사안으로 점화되는 분위기다. 또한 근대문화유산을 등록문화재로 추진하는 문화재청의 입장이 명확히 나오지 않으면서 문화유산을 전담하는 국가기관의 무책임한 태도도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다시 불거진 청주시청사 건립 문제는 2014년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되면서 오랫동안 숙의된 사안이다. 통합 청주시청사 건립은 애초 청주 인구 100만 시대를 앞두고 협소하고 낡은 시청사를 새롭게 지어야 한다는 논리 속에 하복대 옛 대농지구에 건립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청 이전으로 인한 청주 원도심 공동화를 우려한 인근 주민들이 기존 위치에 시청사 건립을 요구하면서 시청 이전은 무산되었다. 그리고 현재의 자리에 신청사를 건립하는 것으로 결정하면서 건립을 위한 행정절차에 들어갔고 국제설계 공모까지 거치면서 신청사의 윤곽이 드러났다. 그렇게 느리고 지루하게 추진됐던 신청사 건립이었건만, 각 부서가 임시청사인 문화제조창과 옛 청원군청로 옮겨간 상태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운명에 처한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청주신청사 건립을 두고 지역민들의 생각도 여러갈래다. 본관 철거에 찬성하는 쪽은 가장 큰 이유로 효율성을 따진다. 낡은 건축물을 살리고 새 건축물을 지으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부지의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반면 본관 존치에 찬성하는 쪽은 지역의 역사문화공간에 주목한다. 1960년대 지은 공공기관으로 전국 유일의 건축물이고, 청주시청 60년 가까운 역사 현장은 지역의 대표 문화유산으로의 가치도 충분하다는 견해다.

그런가 하면 본관 철거 시 200억원 이상 세금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는 쪽과 본관 존치 시 특색있는 미래유산으로의 가치가 200억원을 능가할 것이라는 쪽의 주장이 대립각을 세우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찬반양론 외에도 지역사회의 갈등이 깊어질 바엔 임시청사로 사용하고 있는 문화제조창을 청주시청으로 사용하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갈등과 논의가 길어질수록 해법 찾기는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청주시청사 본관 철거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본관 존치 결정을 번복하려면 그에 따른 절차가 우선되어야 한다. 공론의 장을 만들어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 역사적 건축물을 부숴버리는 일은 한 시간이면 가능하지만, 건축물이 담고 있는 역사문화가 훼손되면 살리기 어렵다.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고, 미니어처로 남긴들 실물을 대신할 수 없다.

로컬문화가 주목받는 것은 그 지역과 지역민들의 역사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문화적 요소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자본과 문화의 가치가 대등하게 비교되는 순간, 수치화된 자본의 논리가 위력을 발휘하기 수월해진다. 효율성만 따진다면 도시의 정체성은 논의할 가치도 없다. 오래된 것들은 가치를 부여할수록 생명력을 얻는다. 가치 없음과 가치 있음은 활용하는 우리의 몫이다.

청주시청사 건립은 효율성과 미래라는 상반된 가치를 두고 선택의 순간에 놓였다. 무게 추가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는 모르지만, 책임을 기반한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 선택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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