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일탈을 꿈꾸지
누구나 일탈을 꿈꾸지
  •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 승인 2022.10.23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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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가끔 모든 게 지루하고 버겁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그럴수록 사소한 것에 크게 감응하고 소소한 것에 많이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가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 대부분 사람은 감정의 방향키를 부정적인 쪽으로 돌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어둠에 빠지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우울함에, 또 다른 누군가는 회의감과 같은 막막한 늪에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잠식되는 것이다.

그래도 한 번쯤은 허우적대던 손에 누군가의 손이 걸리기도 한다. 늘 그 자리에 있는 가족, 내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여 주는 친구, 혹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애매한 거리에 있는 직장동료가 머리끝까지 내가 잠겨버리기 전에 사라지기 직전의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둠 속에서 어둠이 손을 내밀 때다. 그 손은 어둠이 뻗쳐왔기에 어둠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음침하지만 화려하게,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매혹적으로 나에게 얼른 같이 가자며 재촉한다.

모두가 머리로는 알고 있다. 절대 그 손을 잡으면 안 되며, 세상에 비밀은 없기에 언젠가는 나의 선택이 온천하에 드러날 거라는 걸. 하지만 늪에 서서히 잠식하는 순간, 마치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사고능력을 가장 먼저 버린 듯이 우리는 어느새 성큼성큼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발을 내 딛는다. 이제부터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저 즐거움과 쾌락만이 존재한다. 그렇게 한동안은 행복하다.

이와 같이 우리는 누구나 어둠의 유혹에 너무도 쉽게 넘어갈 수 있는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언젠가부터는 살고 있다는 말보다 버틴다는 말이 더 자연스러울 만큼 사회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버둥댄다. 그러나 더 가지기 위해, 뺏기지 않기 위해 힘겹게 지켜낸 루틴을 지속해서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소위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온다. 꼬박꼬박 밥을 먹고 이를 닦듯이 지켜온 일상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통째로 길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럴수록 우리는 길을 잃은 아이가 되어야 한다. 길을 잃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아이에게 말을 해왔는지 떠올려보자.

“아이야, 혹여나 엄마 손을 놓쳐 길을 잃게 되면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있어야 해. 그래야 엄마가 길을 되짚어 너를 찾으러 왔을 때 서로 길이 엇갈리지 않을 테니까.”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이 말이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부모의 보호를 받는 아이보다 나 자신을,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지켜야 하는 우리가 더 길을 잃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럴 때에 가보지 않은 길로 무모하게 들어선다거나, 평소 하지 않았던 행동들을 거침없이 한다거나 하는 선택은 더더욱 해서는 안 된다. 엄마 손을 놓쳐 길 한복판에서 떨고 있는 아이처럼 나의 일상이, 감정이 길을 잃었다면 바짝 긴장한 상태로 움직이지 말고 길을 잃은 바로 그 자리에서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누구나 일탈을 꿈꾼다. 나 또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일상이 힘에 부칠 때면 모든 걸 다 내팽개치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서글픔을 잠재울 방법을 모색하며 때를 기다린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살짝 지친 나의 의지와 감정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충분하고도 정당한 일탈을 할 수 있는 그런 때를 말이다. 아무리 휘황찬란해 보여도 어둠은 어둠일 뿐이다. 어둠은 그저 모든 걸 검게 칠할 뿐이다. 그 누구도 이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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