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보듯 ‘함께’ 책 읽기
드라마 보듯 ‘함께’ 책 읽기
  • 심진규 교사
  • 승인 2022.10.2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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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진규
심진규

인기 있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시간이 되면 가족이 텔레비전 앞에 모이곤 합니다. 재미도 있고 때론 감동도 있어 끌어당기는 힘이 있지요.

함께 텔레비전을 보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합니다. 때로는 악역이 나오면 공공의 적이 되기도 하지요. 함께 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가족을 이어주는 끈끈한 매개체가 되지요.

가족이 아니더라도 같은 드라마나 예능을 본 사람이 만나면 이야깃거리가 풍성해지죠. 인기 있는 드라마나 영화는 봤다는 사실만으로도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이야깃거리가 됩니다.

그런데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만 관계를 이어주는 기능을 할까요?

저는 책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책이 그 기능을 하기 위해 몇 가지 조건이 있어요. 오늘은 그 조건 이야기를 해볼게요.

첫째, 책 읽기를 너무 진지하게 여기지 않길 바랍니다. 뭔가 어렵고 고상한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드라마나 예능도 보다가 재미없으면 그만 보듯 책도 읽다가 재미없으면 중간에 덮을 수도 있어요. 먹기 싫은 음식 꾸역꾸역 먹듯 끝까지 다 읽으려고 하거나 내 취향을 무시하고 남이 좋다고 한 책을 억지로 읽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유명한 분이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책 목록을 보고 `과연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저는 이름만 듣고 읽지 못한 책들이 많더라고요.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기 위해 때론 이런 책도 읽어야겠지만 책 읽기가 너무 어렵고 힘든 일이 되면 곤란해요. 무엇보다 책 읽기가 유희가 되면 좋겠어요. 읽어내야 하는 고통이 아니라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지요.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히는 책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둘째, 누군가와 같은 책을 `함께' 읽어보시길 권해요.

서로 다른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같은 책을 읽으면 공동의 화제가 생기지요. 읽고 나서 교훈이나 감상을 나누지 않아도 좋아요. 책 속 인물에 관한 이야기도 좋고 시작은 책이지만 다른 이야기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혹시 이 글 읽으시는 분 중에 자녀가 있는 분이라면 자녀 나이에 맞는 책을 함께 읽어보시길 권해요. 동화책도 좋고, 청소년소설도 좋고, 그림책도 좋아요.

자녀에게만 책을 읽으라고 하기보다 부모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자녀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동료나 친구들과 같은 책 읽고 만나 책 이야기 나누는 책 모임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요.

저는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지냅니다. 그런데 전 학생들에게 책 읽으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읽으라는 말 대신 함께 책을 읽어요. 아침에 하루 공부 시작하기 전에 모여 앉아 그림책을 읽고, 장편 동화도 여러 날에 걸쳐서 읽어줍니다.

올해 이렇게 읽은 장편 동화가 열 권입니다. 이렇게 하면 저희 반 학생들은 모두 같은 책을 읽는 것이 됩니다. 서로 이야기 속 인물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고, 뒷이야기가 궁금한 학생은 자연스럽게 도서관으로 가서 책을 빌려보거나 책을 사서 보더라고요. 책은 당연히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어서 읽는,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즐거운 것이 되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만나러 가는 자리에 책 한 권 들고 갈 수 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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