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9.04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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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구의 동화속 풍경
환한 햇살이 베란다 유리창을 통해 거실까지 들어온 아침입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하늘이는 며칠 전부터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더니 오늘은 아예 두발을 버둥거리며 울상입니다.

하늘이 엄마는 어르고 달래도 봤지만, 그럴수록 하늘인 더 울음보를 터뜨리며 야단이었죠.

왜 그런가 이유를 물어봐도 뭐 특별한 이유가 없는 모양입니다. 겨우 겨우 하늘이가 좋아하는 껌 두 통을 양손에 쥐어 주자 유치원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점점 멀어지는 유치원 노란색 버스 꽁무니를 보면서 문득 하늘이 엄마는 어릴 적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김은옥이란 이름을 가진 하늘이 엄마의 어렸을 적 별명은 바로 울보였습니다.

하늘이 엄마 역시 어렸을 때 별것 아닌 것으로 늘 울음을 달고 살았거든요. 어른들은 하늘이 엄마한테 수도꼭지란 별명과 분수대란 별명을 붙여 주었더랬지요.

집에서 키우던 노란 병아리 한 마리가 죽었을 때도, 이사 갈 때 뒤꼍 아름드리 감나무가 혼자 무서울거라며 같이 데려 가자고, 며칠 내린 비 탓에 장미꽃이 다 떨어져 너무 슬프다고 여섯 살 은옥이는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찔끔거렸습니다.

할머니는 그런 은옥이가 귀엽기도 하고 어린 것이 대견스럽다고 호물호물 웃으셨죠.

할머니의 그 모습에 더 서러워진 은옥이는 더욱 발버둥을 치며 목청 높여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울어버렸죠. 그럼 할머니는 동네 구판장에 은옥이를 데리고 가 귀한 껌 한 통을 사 주셨습니다.

은옥이는 껌을 감싼 종이를 살짝 벗겨 입 안에 넣고 자근자근 씹었죠.

입 안 가득 단물이 고이면 눈물자국은 사라지고 금세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할머니 등에 업혀 '푸우∼'하고 풍선을 불어보기도 하고 '쫙∼쫙'껌을 씹다가 단물이 다 빠지면 새로운 껌을 입 안에 넣고 씹었죠.

어느 사이 은옥이는 껌을 입에 문 채 잠이 들었고, 행복한 은옥이 얼굴 위로는 저녁노을이 봉숭아 꽃물 번지듯 붉게 물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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