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구의 동화속 풍경
유치원에 다니는 하늘이는 며칠 전부터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더니 오늘은 아예 두발을 버둥거리며 울상입니다.
하늘이 엄마는 어르고 달래도 봤지만, 그럴수록 하늘인 더 울음보를 터뜨리며 야단이었죠.
왜 그런가 이유를 물어봐도 뭐 특별한 이유가 없는 모양입니다. 겨우 겨우 하늘이가 좋아하는 껌 두 통을 양손에 쥐어 주자 유치원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점점 멀어지는 유치원 노란색 버스 꽁무니를 보면서 문득 하늘이 엄마는 어릴 적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김은옥이란 이름을 가진 하늘이 엄마의 어렸을 적 별명은 바로 울보였습니다.
하늘이 엄마 역시 어렸을 때 별것 아닌 것으로 늘 울음을 달고 살았거든요. 어른들은 하늘이 엄마한테 수도꼭지란 별명과 분수대란 별명을 붙여 주었더랬지요.
집에서 키우던 노란 병아리 한 마리가 죽었을 때도, 이사 갈 때 뒤꼍 아름드리 감나무가 혼자 무서울거라며 같이 데려 가자고, 며칠 내린 비 탓에 장미꽃이 다 떨어져 너무 슬프다고 여섯 살 은옥이는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찔끔거렸습니다.
할머니는 그런 은옥이가 귀엽기도 하고 어린 것이 대견스럽다고 호물호물 웃으셨죠.
할머니의 그 모습에 더 서러워진 은옥이는 더욱 발버둥을 치며 목청 높여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울어버렸죠. 그럼 할머니는 동네 구판장에 은옥이를 데리고 가 귀한 껌 한 통을 사 주셨습니다.
은옥이는 껌을 감싼 종이를 살짝 벗겨 입 안에 넣고 자근자근 씹었죠.
입 안 가득 단물이 고이면 눈물자국은 사라지고 금세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할머니 등에 업혀 '푸우∼'하고 풍선을 불어보기도 하고 '쫙∼쫙'껌을 씹다가 단물이 다 빠지면 새로운 껌을 입 안에 넣고 씹었죠.
어느 사이 은옥이는 껌을 입에 문 채 잠이 들었고, 행복한 은옥이 얼굴 위로는 저녁노을이 봉숭아 꽃물 번지듯 붉게 물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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