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의 목소리… 베풀어 주는 삶
낮은 자의 목소리… 베풀어 주는 삶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9.04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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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전 철 호 <충북불교대학 교무처장>

"금, 은과 같은 재물과 돈, 집은 사람이 빼앗아 갈수도 있고 내가 가져 갈수도 없다. 박학하고 뛰어난 기술은 사람이 빼앗아 갈 수도 없고, 나도 가지고 가지 못한다. 내가 가지고 갈수도 있으면서 남이 빼앗지 못하는 것은 오직 선과 복을 닦는 것에 있다"고 부처님 가르침에 나오는 대목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재물의 많고 적음에 따라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익숙하다. 사람이라는 인격체보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조건을 중시하는 경향도 팽배하면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인간 됨됨이를 평가한다.

누구나 돈, 돈하면서 요즘 초등학생까지 저금통을 털어 주식에 투자한다는 웃지 못할 촌극을 양산하기도 하고, 10억 만들기 열풍에 시달리기도 한다. 돈 싫어할 사람 어디 있는가

성경에는 부자가 천당 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고 했고, 불가에서도 탐욕을 버리라고 가르치고 있다. 탐욕은 무명을 낳고 무명은 번뇌를 갖게 되는 근본이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속담도 이젠 바뀌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정당하지 않은 부의 축적은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그 부유함 때문에 질타를 당하고,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허다한데도 사람들은 투자 아닌 투기에 현혹되고, 일확천금의 노예로 자신을 전락시키기도 한다.

경주 최부잣집은 오랫동안 부자로서의 명성을 지녀온 가문으로 유명한데 그 가문의 가훈은 물질만능주의 속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벼슬은 진사 이상 하지 말라. 재물은 만석이상 만들지 말라. 사방 100리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 흉년에 재산을 늘리지 말라. 지나가는 과객을 후히 대접하라. 집안 며느리가 들어오면 3년간 무명옷을 입혀라" 등 남에게 아픔을 주지 말고 돈을 모아야 하며, 그 재물은 널리 베풀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재물을 모으는 법보다는 올바르게 쓰는 법을 일러준다. 공연한 정치판에 휩쓸리지 말기를 바라면서 벼슬의 상한선을 설정해 놓았다. 선거철만 되면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분위기에 한번쯤 짚고 넘어갈 만한 대목이다. 이런 가훈 덕분에 6·25전쟁 당시 경주가 공산치하에 들어갔을때도 악덕지주라는 이름으로 처형될 위기를 모면했다. 가문의 혜택을 받은 주민들이 음덕을 칭송하면서 옹호하고 변호하면서 최부자 가문을 지켜줬다.

마지막 임종을 앞둔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3가지를 후회한다. 남에게 베풀지 못한 것, 행복한 삶을 못 가꾼 것, 화를 참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악착같이 재물을 모았으나 가져 갈 수 없고, 제대로 베풀지 못하고 자기 욕심만을 채웠으니 죽음과 함께 가지고 갈 선행과 복덕을 쌓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것이 아닐까.

재물을 물려받은 후손들도 그 재물에 탐해 가족간의 우애가 깨지고, 물려받은 재물의 풍족함을 누리다 자립정신을 상실해 탕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 유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로 환원하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학력위조가 사회문제가 되고, 정당하지 못한 부의 축적이 여론의 심판대에 오르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진정한 가치를 두고 추구해야 할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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