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요
여행을 떠나요
  • 고은채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 연구원
  • 승인 2022.10.1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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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고은채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 연구원
고은채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 연구원

 

서늘한 바람이 분다.

지난 개천절 연휴에 여름 이불을 정리하고 보온 매트를 꺼내며 완연한 가을이 찾아옴을 느꼈다. 주변 풍경의 색감도 달라졌다.

애국가에서 나오는 한 소절처럼 높고 광활한 가을 하늘과 조금씩 색이 바래 알록달록한 단풍 옷을 입은 나무들을 보며 눈으로도 가을을 만끽한다.

지구 온난화로 짧아진 가을이 한정판처럼 느껴져서 그럴까? 수확의 계절이라 그럴까?

마음마저 풍요로워지는 이 계절에는 유독 여행 생각이 많이 난다. 더욱더 이 날씨를 이 시간을 즐기고 싶고 더 다양한 아름다운 색을 눈으로 담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를 알아차리는 듯 SNS에서도 가을에 가기 좋은 여행지와 같은 콘텐츠가 한 가득이다.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떠날 수 있는 여행이지만 조선시대에는 여행을 가기 위해 많은 인력들이 필요했다.

교통편이 발달하지 않아 여행길에 오르려면 시간이 필요했기에 꿈같은 일이었다. 유교 사상을 바탕으로 세워진 조선시대에는 선비들에게 책 속에서 익히는 학문도 매우 중요하지만 자연 속에서 수양하고 삶의 이치를 터득하는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수단으로 여겼다. 그래서 평생의 소원으로 산수유람을 꿈꾸는 선비들이 많았다고 한다.

좋은 것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처럼 경험한 여행지가 좋으면 사람들은 리뷰나 자신의 SNS를 통해 여행 정보를 공유한다.

조선시대에도 본인이 경험한 여행의 기록을 유산기로 남겼다. 유산기는 다른 산수유람을 준비하는 선비들에게 좋은 정보수단이 되었고, 여행을 갔다 온 사람들의 경험담 등을 들으며 준비하였다고 한다. 생계를 놓고 떠나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니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친 뒤 여행 기록과 공부를 위해 서책과 지필연묵을 챙겼다고 한다.

아름다운 명승지로 떠나는 학문을 수양하는 선비들은 그 유람길이 행복했을까? 그 마음을 감히 짐작할 수는 없겠지만 간절한 바람을 담은 기록한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1603년 금강산을 여행한 이정구는 “40년 동안 고대해왔다”고, 1607년 금강산을 찾은 권업은 “일생의 묵은 빚을 청산하는 일이며 내가 죽기 전에 제일가는 기이한 만남”이라고 기행문 서두에 적은 글을 보면 고대했던 일이 이루어졌다는 성취감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날씨가 좋은 요즘 어디로 여행을 갈 것인가?' 충청북도에는 명승지로 꼽히는 곳이 많다. 크고 작은 산들과 맑고 깨끗한 계곡과 호수 등 다양한 경관을 자랑하는 경관 중에 선택하기엔 주어진 시간이 한정된 우리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런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것은 요즘 유행하는 MBTI와 결합한 `취향저격 충북의 문화유산' 테스트(https://doda.app/quiz/0c4ePVY1JL)를 권장한다. 몇 가지 질문을 통하여 나의 성향과 그에 걸맞은 충북의 문화유산을 결과로 볼 수 있다. 나에게 맞는 충북의 문화유산을 방문해본다면 색다른 경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여행은 단지 일상생활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을 선사하는 것만이 아닌 익숙한 환경을 떠나 새로움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다. 업무에 지친 사람에게는 휴식을 취할 기회가 되기도 하고 매너리즘에 빠진 사람에게는 새로운 생각을 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럼에도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지금의 일상을 다시금 되돌아보고 일상에 대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시간이 되기 때문은 아닐까? 이유가 어찌 되었든 아름다운 가을 풍경 속에 스며들어 여행하는 것은 퍽 행복한 시간일 것이다. 오늘도 휴대폰 사진첩 속 지난 사진들을 보며 여행을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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