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특별도 충북
문화특별도 충북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9.03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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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 승 환 충북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상임대표

정우택 지사께서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간혹 '사회주의자 정우택'을 떠올린다. 무슨 까닭인가

'경제특별도' 때문이다. 경제를 강조하는 것은 자본주의나 마르크스주의나 같다. 마르크스 철학의 기본이 경제결정론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경제결정론 또는 경제환원론은 경제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모든 것은 경제로 돌아간다는 이론이다. 독일이 고향인 마르크스에 따르면 모든 사회는 산업이나 경제가 하부구조를 이루고, 이 위에 문화나 법과 같은 상부구조가 있다. 그리고 하부구조에 따라서 상부구조가 결정된다. 이 이론에 의하면 모든 것은 경제나 돈이 결정하므로 자본이야말로 근대 세계사의 주인이자 신이다. 이에 대해서는 수백년간의 논란이 있었고 찬반이 나뉘지만, 마르크스의 이론이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여하간 이 수염쟁이 철학자가 창안한 사유의 본질은 경제결정론이다.

충북은 경제특별도라는 담론을 창안했다. 좋은 슬로건이며 시대에 맞는 의제다. 경제가 사람을 살리고, 경제가 실업을 줄이며, 경제가 통일을 가능케 하고, 경제가 한국을 자랑스럽게 하며, 경제가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 그래서 충청북도는 경제특별도라는, 다른 광역자치단체가 하지 못하는 공격적인 어휘를 선점하고 일로매진하면서 경제 최우선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경제결정론, 경제최우선원칙, 경제절대주의, 경제환원론의 거대담론이 충북사회를 지배하다보니 다른 영역은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느낌이 없지 않다. 충북도청의 국장들께서는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고 강변하고, 또 경제도지사라는 어휘를 쓰지 않는 것을 예로 들어서, 모든 분야에 균형을 가지고 도정(道政)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체감지수는 그렇지가 않다.

담론을 교체해 보자. 가령 '환경특별도 충북'이나 '문화특별도 충북'이라고 했을 때 이 어휘가 가지는 권력은 대단히 크다. 한 사회에서 어떤 어휘가 발화되고 수용되는 것 자체가 권력이다. 경제특별도가 인구(人口)에 회자되는 것은 곧 그 어휘의 권력이 강하다는 증거다. 따라서 경제특별도 충북이라고 하면서, 환경·여성·복지·문화·노동 협치(governance) 등도 균형 있게 잘한다고 하면 그것은 어딘가 빈 구석이 있는 발화(發話)로써 균형을 상실한 주장이다. 경제특별도라는 정책 아래에서 다른 분야도 아무 이상이 없다면, '문화특별도 충북'이라는 어휘를 사용해 주기 바란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조선혁명선언'에서 문화는 경제와 산업의 총체라고 정의한 바가 있다. 비단 단재의 선언이 아니라도 문화를 통하여 지역과 국가의 번영을 도모할 수 있음은 상식이다. 경제산업만으로 선진국이 될 수는 없다. 경제산업만으로는 대략 2만달러 전후의 중진지역이나 중진국가가 될 수는 있지만, 문화가 아니고서는 3만달러 이상의 지역이나 국가는 불가능하다. 높은 수준의 문화 없이 선진국이 된 국가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마르크스로 돌아와서, 모든 것이 경제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이 말을 부정하지 않는 사람은 부분적인 마르크스주의자다. 물론 계급투쟁설이나 변증법적 역사유물론 등의 이론을 갖추어야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지만, 이 또한 경제결정론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하는 것은 불변이다. 이렇게 볼 때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최종심급의 결정권자로서의 경제를 신봉한다면 그는 부분적 마르크스주의자다. 마르크스주의자를 부정하실 정우택 지사께서는 경제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믿는 마르크스주의자적 성향이 있다. 나는 유물론자다. 그리고 인간과 사물이 동등하다고 믿는 인물성동론(人物性同論)자다. 그리고 사물이나 인간이 동등하지만 인간의 정신과 의지도 경제 못지않게 결정력을 가진다고 믿고 있다. 그런 점에서 생존의 최종이자 최고의 영역인 문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해 둔다. 부디 문화특별도를 실행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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