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자와 임차인의 권리남용 사이에서
소유자와 임차인의 권리남용 사이에서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2.10.1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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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우리 사회는 복잡다단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습니다. 사인 간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민법 의 재산 개념에 의할 때, 재산은 동산과 부동산으로 구분하고, 유동적인 재산인 동산에 비해 자원이 한정되어 고정된 재산인 부동산의 경우에는 권리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특히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일방의 권리 행사가 법을 준수한 것인지에 따라 권리남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이 토지인 경우, 자신의 토지를 직접 이용하거나 건물을 세울 때는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일치하니 문제될 것이 없지만, 토지를 빌려주게 되면 건물 등 지상물의 이용을 위해 보통 단기 설정의 토지 임대차나 장기 설정의 지상권 계약을 맺게 됩니다. 또 남의 토지에 건물을 소유한 경우 공간을 구분하여 임차인에게 건물 이용을 허락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토지 소유주, 건물 소유주, 건물 임차인 등 복수의 권리 주체에 따른 이해관계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토지의 주인이 바뀔 경우 건물 소유주와 토지 이용의 권한에 대해 다툼이 생길 수 있고, 건물 임차인은 임대인뿐만 아니라 토지 소유주에 의해 불안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부동산 소유주 또는 임대인의 횡포에 대해 종종 들었는데, 요즘은 임차인의 횡포에 대해서도 왕왕 이야기를 듣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를테니 임대인이든 임차인이든 나름의 권리에 따라 또는 권리를 오해해서 이에 터잡은 갑질이나 횡포는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과거에 비해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임대차보호법이 많이 강화되어 임차인의 권리가 많이 보장되고, 그만큼 임대인의 권리가 반비례한 것은 사실입니다. 일반화를 할 수는 없지만, 필자의 사건 수행 경험을 통해 임대인과 임차인의 각 권리남용 사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례 하나. 시가지 사거리의 목 좋은 자리에 소유 건물을 임대하였고, 임차인은 최소 10년을 영업하기 위해 식당에 1억 이상의 실내공사를 투자했고, 기본 계약기간도 2년입니다. 이제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임대인은 건물을 매도할 계획이니 매수자가 나타나면 건물을 신축한다며 비워달라고 합니다. 계약기간이 남아 있고, 차임이 연체되지 않는 한 계약 갱신의 권한도 생기는데, 계약 당시 특별사정을 고지하지 않고 계약사항으로 삼지도 않은 경우여서 임차인은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당연하고, 임대인의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습니다. 임차인이 이에 응할 수 있지만 기 지출금액과 차후 영업손실을 고려한 손해의 보전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물론 건물의 주인이 바뀌어도 임차인은 보장된 기간에 대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이를 임차인의 횡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임대인의 횡포에 대한 임차인의 권리 행사입니다.

사례 둘. 원룸건물의 소유자가 반려견으로 인한 민원을 해결하는 조건으로 임차를 줍니다. 실제 대형견 수 마리로 인한 소음, 오물, 이웃에 대한 위협에 임대인이 해결을 요구하자 장유유서(長幼有序)와 염치(廉恥)를 버리고,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언행으로 임대인을 괴롭히며 법에서 보장된 2년을 살겠다고 복비와 이사비를 요구합니다. 경찰에 신고하고, 내용증명우편을 통해 계약의 해지를 통지하면서 소송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자 물러서며 이사를 준비합니다. 이런 식으로 이사비를 챙길 속셈이었나 봅니다. 권리를 오해한 임차인의 횡포입니다.

헌법에서는 재산권을 보장하고, 이에 따라 민법에서 재산권의 구체적 유형을 정하고 있는데, 소유권도, 임차권도 법이 보장한 정당한 재산권이지만, 위의 사례는 상호 권리가 정당하게 경쟁하는 것이 아닌, 권리의 남용을 보여줍니다. 법의 부지(不知) 이전에 사람 사이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염치가 중요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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