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생 청주의 거장 신동문과 윤형근
1928년생 청주의 거장 신동문과 윤형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10.10 18: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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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지난 주말 청주에서는 신동문문학제가 열렸다.

올해로 8회째 맞이한 이 행사는 처음으로 신동문문학상과 신동문청주문학상을 제정해 시상함으로써 문학제의 격을 높였다.

문학제가 거듭할 수록 시인 신동문의 발자취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인간 신동문의 삶을 다채롭게 조명되고 있다.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 신동문에서 날카로운 시대 풍자와 현실고발로 자기만의 독특한 시 세계를 보여준 시인, 충북문학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도자로의 역할을 했던 시인, 시대에 저항하다 절필한 시인에 더해 이번 문학제에선 1960대 한국출판계를 이끈 기획자로의 신동문의 삶이 새롭게 조명돼 그 의미를 더했다.

이날 주제 강연을 한 배문성 시인은 신동문의 출판정신은 그의 시정신과 뗄래야 뗄 수 없이 밀접하다고 강조했다.

최인훈 소설 `광장'은 시대정신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신동문의 역할이 없었다면 출간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국 시인으로써는 드물게 출판기획자로서 놀라운 성과를 이룩한 신동문의 기획정신을 당시 시대 상황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단편적인 모습의 신동문의 삶이 입체적으로 조명되는 데는 지역의 관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충북문학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했던 스승의 발자취를 제자들이 기억하고 기념하면서 작고 문인에 대한 청주시의 뒷받침이 만들어낸 결과다.

더구나 절필했다는 이유로 잊힐 뻔했던 작가의 삶에서 그의 날 선 시대정신마저 간과해온 지역문학계가 다시금 신동문문학관 건립 논의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청주 문단에 신동문이 있다면 한국화단의 거목 윤형근 화가도 청주 출신이다. 청주상고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입학한 윤형근은 담백한 단색화로 주목받으며 세계 화단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김환기 화가의 사위인 윤형근이 국제 미술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뉴욕에서 개인전을 가지면서부터였다. 이후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포르투니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에서 큰 호평을 받았고, 이듬해 뉴욕에서 다시 성공적으로 전시를 개최하며 간결하면서도 묵직한 윤형근 특유의 `먹빛 기둥'은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한국의 거목으로 우뚝 선 그지만 삶의 여정은 평탄치 않았다. 1947년 서울대 미대 재학 시절에는 미군정이 주도한 `국립 서울대학교 설립안'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가 구류 조치 후 제적당했으며, 한국전쟁 발발 직후에는 학창 시절 시위 전력으로 보도연맹에 끌려가 학살당할 위기에 처했는가 하면, 전쟁 중 피란을 가지 않고 서울에서 부역했다는 명목으로 6개월간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역사 속 삶의 굴곡은 먹빛의 농담으로 표현된 작품에 고스란히 배어나며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

이처럼 한국화단과 문단에 이정표를 세운 청주출신의 윤형근 화가와 신동문 시인은 공교롭게도 1928년생이다. 같은 해에 같은 도시에서 태어나 동시대를 살면서 미술과 문학으로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신동문 시인의 표지석만 문의문화재단지에 세워졌을 뿐, 지역민들은 윤형근이나 신동문이 청주 출신이란 사실조차 모른다.

전국의 소도시만 가도 지역출신, 지역활동을 내세워 크고 작은 기념관을 건립해 홍보하는 데 반해 청주시는 훌륭한 지역인물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 100만 시대를 앞둔 청주시의 문화정책과 문화전략을 되짚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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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0 21:49:3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