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또 따로'도 필요해
`같이 또 따로'도 필요해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2.10.0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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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하더라도 내 가슴에 들어오는 때가 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을지라도 스쳐 지나가는 인연으로 남는 책이 있는가 하면, 마음을 동하게 하여 가슴을 울리는 책도 있다. 내 감성을 둘러싼 환경과 글 텍스트 내지는 파라 텍스트의 합이 맞아떨어지면 그 책은 내 가슴에 들어와 한참을 머물다 간다. 확장 독서 또한 영향을 미친다. 지난 글 `적당한 거리가 만든 따로 또 같이'의 텍스트였던 그림책 <똑,딱/에스텔 비용-스파뇰/여유당>이 매파 역할을 한 책이 있다. 1955년에 미국에서 출판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에 초판본이 나온 <나랑 같이 놀자/마리 홀 에츠/시공주니어>란 그림책이다. 우리집 책꽂이에 서 있는지도 20여 년 이 지난 책이니 참으로 오래된 그러나 여전히 많이 읽고 있는 책이다.

<똑,딱>이 `따로'에 주안점을 둔 책이라면 <나랑 같이 놀자>는 `같이'에 방점을 찍은 책이다. 인간의 발달단계 중 유아기(후기)는 자아가 싹트기 시작하는 시기다. 이와 동시에 나타나는 타인에 대한 관심은 사회성 형성의 기반이 되는 감성이다. 이 시기에 중요한 학습 방법은 노는 것이다. 놀이는 탐구심과 배움으로 확장하기에 훌륭한 매개체가 된다.

<나랑 같이 놀자> 속 주인공도 노는 것에 온통 관심을 쏟는 아기다. 해가 뜨면 곧장 숲으로 향한다. 숲에서 만나는 메뚜기, 개구리, 거북이들과 밀착하며 놀고 싶은 마음에 상대방을 잡으려 손이 먼저 나간다. 동물들은 당연히 아기에게서 달아나 버린다.

갑작스러운 타인의 접촉은 두려움을 일게 한다는 것, 아직 경험하고 배우지 못한 `타인의 감정'을 아기가 알아채지 못해 나온 행동이다. 놀이에 대한 욕구는 뱀에게마저 `나하고 놀자.'라고 할 정도로 점점 더 그득해져 간다.

어느 시기부터일지는 개인마다 다르나, 욕구는 몸이 있는 곳에 마음도 머물게 하기가 쉽지 않아진다. 설거지하며 백 리 길, 십수 년 전의 시공간을 오가다 그릇을 놓치는가 하면 아이랑 놀아주는 단 10분의 시간에도 인터넷 공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상의 가장 기본 시간인 순간을 잡지 못하는 격이니,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욕구는 공허함을 쌓이게 만드는 순간이 되는 것이다.

`아무도, 아무도, 나랑 놀려고 하지 않아요.' 실망한 아기는 바위에 앉아 골똘히 생각한다. 생각하는 시간이 약이 되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작가는 그 시간이 변환의 기점이라는 것을 독자에게 환기시키며 일러준다.

아기는 기다린다. 오감을 열어둔 채 기다린다. 일명 `멍때리는 시간'을 보낸다. 조급하고 불안하던 아기의 내면세계에 고요가 찾아오자 숲속 친구들도 다시 찾아온다. 아기의 눈앞에 그렇게 소원하던 놀이의 마당이 펼쳐졌다. 아기는 몸의 눈과 마음의 눈이 한 곳을 향하는 쾌감을 맛본다. 아기는 그제서야 `아이, 좋아라. 정말 행복해!'하며 만족감을 얻는다. `같이'의 개념을 스스로 찾아 즐기는 순간이다.

같이 한 놀이에서 힘을 얻어 행복한 마음을 안고 아기가 집으로 향하듯, 다른 동물들도 각자의 공간으로 되돌아 갔을 것이다. 각자의 공간에서 보내는 `따로'의 시간, `같이'하며 풍성해진 감성으로 외롭지 않은 고독을, 혼자여도 행복한 시간의 자양분의 될 것이다. 더불어 또 다른 타인에게 `같이'이 소중함과 `따로'의 감정을 물들게 하는 씨앗이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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