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피해는 안중에도 없다
국민 피해는 안중에도 없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2.10.0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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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
박명식 부국장

 

요즘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어 가고 있다. 봄·가을·겨울은 짧아졌고 여름은 길고 더 더워졌다. 바닷물도 따듯해지고 있다. 이 같은 기후변화 현상은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일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77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다. 이상 기온으로 꽃이 피는 시기가 달라져 꿀벌들이 돌아오지 못하면서 여왕벌과 새끼 벌들이 집단으로 죽는 군집붕괴현상이 나타났다. .

전 세계 100대 농작물 중 70%는 꿀벌 등 곤충의 수분활동에 의존해 생산된다. 만일 지구상의 모든 꿀벌이 사라진다면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인공 수정을 해야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얼마 전 충남 보령 무창포에서 열린 가을 전어축제에는 전어가 없었다. 기후 변화로 바닷물이 따듯해지면서 차고 넘쳤던 전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경남 고성 미더덕 양식장에도 요즘 그물이 텅 비어 있다. 어민들은 그물코가 안 보일 만큼 올라왔던 미더덕을 수년 째 구경하기가 힘들다.

이 모든 현상이 기후위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기후위기가 농어민들의 생계와 인류의 생존이 걸린 식량위기까지 내몰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곡물 수출이 막히면서 국제 식량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폭등했다. 이로 인해 식량자급률이 낮은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에서는 기아와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했다. 이런 실정에서 기후위기까지 심화된다면 세계 각국은 식량 수출 문을 더 꼭꼭 걸어 잠그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곡물 자급률 19.3%, 식량 자급률 45.8%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쌀만 거의 자급하고 있고 밀과 옥수수, 콩 등의 곡물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식량 수출 문을 걸어 잠그게 되면 우리나라의 식량 공급망은 구멍이 뚫리게 된다. 실제로 대기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를 산업화가 된 국가 중 가장 먼저 식량위기에 직면할 국가로 지목했다. 미국, 유럽, 호주 등은 기후위기로 빚어질 수 있는 식량난 대비를 마쳤고, 중국도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아직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 들어서는 되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세계 각국은 탄소국경조정세, 자발적 탄소시장 등 새로운 질서체계로 급진전하고 있지만 새 정부는 이러한 세계 움직임과 달리 신재생에너지를 홀대하고 원전복원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오히려 신재생에너지의 한 분야인 태양광 사업을 전 정권의 총체적 비리로 몰아 특감을 실시하고 검찰수사로 확대하는 등 탄소중립 정책을 정치보복의 도구로 삼고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국가간 협의체 IPCC는 2030년에는 지금의 평균기온보다 1.5도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과학자들은 이 1.5도를 인류가 반드시 사수해야 할 마지노선으로 보면서 기온이 2도 이상까지 올라갈 경우엔 상상 못할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서 전 세계는 지난 2015년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67개국을 중심으로 오는 2050년까지 국가 단위의 탄소 배출을 순 배출 기준으로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그러나 새 정부는 전 정부가 적극 추진했던 정책이라는 이유만으로 탄소중립을 홀대하고 있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 앉게 될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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