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철 감·호두·대추 농가 `깊은 시름'
수확철 감·호두·대추 농가 `깊은 시름'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2.10.0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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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폭염·잦은 폭우 등 영향
상품성 떨어지고 작황 부진
보은대추축제 비대면으로
“인건비 건지기도 힘들어”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본격적인 수확기를 맞았지만 감, 호두, 대추 재배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여름 폭염과 폭우 등의 날씨로 작물들이 상품성을 잃거나 작황마저 나빠졌기 때문이다.

3일 영동지역 농업인들에 따르면 올해 생육기인 5~7월 긴 가뭄과 병충해로 호두와 감 작황이 부진하다.

9월 초순부터 10월 중순까지 호두 수확철이지만 영글지 않은 호두알이 30% 가량 된다.

황간농협 상촌지점은 올해 총 200톤을 수매할 계획이다. 하지만 호두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외국산 수입이 늘면서 농협하나로마트를 유일한 거래처로 하고 있다.

호두재배 농민 손모씨(72·매곡면)은 “호두알이 성장하는 봄철에 가뭄이 지속되면서 알이 잘거나 영글지 않아 예년 대비 상품성이 크게 떨어졌다”라며 “판로 개척에 애를 쓰고 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영동에는 1500여 농가가 398㏊ 밭에서 연간 240톤의 호두를 생산하고 있다.

감 작황도 마찬가지다. 긴 가뭄 이후 잦은 비로 둥근무늬낙엽병 등 병충해 발생으로 낙과 현상이 나타난다. 둥근무늬낙엽병은 감나무 잎에 검은색 테두리가 있는 둥근반점이 나타나 일찍 낙엽이 되고 과실은 낙과되거나 빨리 연화돼 상품성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20년생 감나무 50그루를 재배하고 있는 최모씨(63·양산면)는 “예년에는 한 나무에서 5~6상자(상자당 20㎏) 정도를 수확해 용돈벌이가 됐다. 하지만 올해는 수확을 포기해야 할 처지다”라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영동군의 감 재배농가 3530가구는 134억원의 농업 소득을 올려 농업소득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은지역은 대추 작황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을 밑돌 정도로 좋지 않다.

대추축제장에서 판매할 대추가 부족하자 축제를 비대면으로 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보은지역은 1165개 농가가 570㏊에서 재배하는 대추의 올해 작황이 역대 최악의 수준이다. 군이 지난 달 분석한 자료를 보면 올해 대추 수확량은 1150t(생대추 기준)으로 예상된다. 지난해(2467t)의 46.6% 수준이다.

개화기간 동안 이상고온과 일조량 부족, 높은 습도 등으로 대추 열매가 제대로 맺히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올해 수확량 추정치는 흉작으로 꼽혔던 2017년 1596t, 2020년 1658t보다도 적다.

올해 수확량 추정치는 온라인으로만 팔아도 모자라는 양이다.

대추 재배 농민 이모씨(50·보은읍)는 “대추가 열리지 않은 집이 태반”이라며 “택배 물량도 모자라 올해 농사는 인건비나 건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보은군 축제추진위원회는 올해 대추축제는 14~23일까지 열흘간 온라인으로 열기로 했다. /이형모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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