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자베스 2세 여왕
에리자베스 2세 여왕
  • 박영자 수필가
  • 승인 2022.09.2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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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박영자 수필가
박영자 수필가

여왕의 장례식은 장엄하고 화려했다. 지구촌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그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된 장례식에는 각국 정상들이 앞다투어 도착했다. 우리나라 윤석열 대통령 내외를 비롯한 막강한 나라 미국 대통령 조바이든과 정상들, 정상급 인사와 왕족 등 500여명과 영국 전·현직 총리 등을 포함해 약 2천명이 참석했다. 장례 행렬을 보려는 인파는 100만명에 달했으며 추모행렬은 5km에 달했다고 한다.
 
이 사원은 여왕의 남편 필립공과 결혼식을 치른 곳이며, 또 대관식도 거행했던 의미 있는 장소이니 장례 미사로 마지막을 장식한 복된 장소이다.

참으로 좋은 세상이다. 이역만리 이곳 안방에 앉아 여왕의 장례식을 세세히 볼 수 있으니 참으로 신기하고 고마운 일이다.

여왕의 운구행렬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엄숙했고 한치의 오차도 없는 듯 진행 되었다. 한 시간가량 이어졌고 정오쯤에 장례식이 끝나면서 영국 전역은 2분간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영국 국민들은 물론 온 지구촌 사람들이 하나되는 시간이었다. 여왕을 향한 지상에서의 마지막 이별이라고 하지만, 오래 우리 가슴에 남을 존경 할만한 여왕이었다.  참으로 행복한 여자의 일생이다. 왕가에서 귀족으로 태어나 아쉬운 것 없이 어린 시절을 보냈고, 결혼도 13살에 만난 자기맘에 드는 남자와 했으니 말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아들 셋 딸 하나를 낳아 다복하게 키웠으니 부러울게 없을 일생이었다.
1926. 4. 21. 영국에서 태어나 2022. 9. 8. 서거 했으니 100세에서 4년이 모자란 96세까지 살았으니 수명 또한 원없이 산 게 아닌가. 죽어서도 여왕이 좋아 하던 백파이프 추모곡이 연주되는 가운데 평생을 같이 한 사랑하는 남펀 필립공 옆에 묻혔으니 무엇을 더 바라랴. 남펀과 사별 한지 1년 만이니 긴 고독을 경험할 세월도 아니었다. 참말 복 받은 사람이다. 더 살았다 해도 건강에 문제가 되어 고통을 겪다가 갈 확률이 높지 않았을까.

70년간 왕위의 자리에 있었으니 관록도 대단하였다. 일반적으로 영국여왕이라고 부르지만 1952년 즉위한 후에 영국외에도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파키스탄, 남아프리카연방등 32개 영연방 왕국들의 군주직도 겸하였다. 서거하기 전까지도 영국, 호주,캐나다등 15개국의 여왕이었으며 재위중 공화제로 전환한 17개국의 여왕이었으니 역사상 왕의 칭호를 가장 많이 가졌던 군주였다. 여왕으로서는 전 세계 역사상 가장 오래 재위하였다.
 
18세이던 1945년, 아버지 조지 6세의 허락을 받아 제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둔 때에 영국군 여군 부대에 중위로 입대하여 대위로 보급차량 운행을 맡은 일도 있다. 얼마 안 되어 전쟁이 끝났기 때문에 군에서 활동한 기간은 짧았지만 세계대전에 참전한 경력이 있는 마지막 군주라는 기록도 세웠다. 

여왕은 우리나라와의 인연도 깊다. 한국과 영국이 국교를 맺은지 116년만에 한국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1999년 4월,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태권도 시범을 보는가 하면 인사동에 들러 필방을 방문하고, 도자기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을 넘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도자기 수집가 이기도 했다. 한복집에 들러 스카프를 선물받고 아름다움을 극찬 하기도 했다.

우리의 전통 문화를 간직한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하여 별신굿을 감상하는가 하면 우리 식대로 신발을 벗고 방안에 들어 갈만치 소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73번째 생일상을 받고 온 마음을 다해 감사했으며 봉정사 극락전에서 목조건물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했다.

정치나 사회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김치담기등 서민들의 생활과 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므로서 친절하고 겸손한 인자한 할머니 상을 우리에게 남겼다.

여왕은 온화한 인상으로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왕으로서 한 치의 흔들림 없는 진지한 자세로 세계의 평화와 화합에 몸바친 영국의 상징이며 어머니였다.

열하루의 긴 일정으로 장례를 치룰 때는 슬픔보다는 화려하고 장엄함에 매료 되었었는데 이제 여왕이 땅에묻혔다는 소식 앞에서 갑자기 허전함이 밀려온다. 온세계 여성의 대표격인 여왕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고 허전하다. 다시 경건한 마음으로 편안한 안식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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