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나고 난 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22.09.27 1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2022 직지문화제'가 끝났다. `문명의 불꽃'이 꺼진 무대에서 텅 빈 객석을 바라본다. 지난해 10월 집행위원장으로 위촉받고 1년을 달려왔다. 스스로 한 일에 대한 평가는 조심스럽지만 해야 할 의무라는 불편한 마음이 이 글을 쓰게 한다.

2022 직지문화제는`자리매김과 공간의 재발견, 상생협력과 콘텐츠 재창조'를 유산으로 남겼다. 직지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이것이 직지문화제 개최 물음에 대한 답이다. 직지문화제는 `금속활자 인쇄술 창안'이 핵심이다. 금속활자 인쇄술이 인류 문명에 끼친 의미를 공유하고, 혁신 기술의 집약체인 금속활자 인쇄술의 창안 도시로서의 긍지를 키우는 것이다. 직지에 대한 시민의 긍지는 지역을 통합하고, 희망과 비전의 동력으로 발전한다. 종이에 정보를 기록하는 기술인 인쇄술, 단백질에 정보를 기록하는 기술인 바이오산업, 반도체에 정보를 기록하는 기술인 IT 산업은 직지와 연결된 청주의 현재와 미래 모습이다. 불꽃 강의 강사들이 던진 일관된 메시지이고 전시와 행사로 그린 이미지다.

이번 행사로 인해 고인쇄박물관, 금속활자전수교육관, 근현대인쇄전시관, 흥덕사가 있는 직지 문화 특구는 직지의 중심이 되었다. 금속활자 인쇄술 창안의 발원지가 행사의 중심이 되면서 직지는 올바로 자리매김했고, 행사의 상징성과 지속성은 확립되었다.

행사가 낮에서 밤으로 이동하면서 직지 문화 특구에 빛이 켜졌다. 아름다운 원형 건물인 박물관은 색의 향연으로 물들었다. 도시의 적막한 산사인 흥덕사는 밤의 궁궐처럼 자태를 뽐냈고, 소나무는 황홀한 빛에 눈을 감았다.

빛으로 물든 직지 문화 특구는 그 자체로 문화가 되었고, 반짝이는 눈동자와 카메라의 불빛으로 채색되었다. 신기했다. 원래 있던 것들인데 밤에 빛으로 만나는 광경은 생경하다. 공간의 재발견이다. 아름다운 공간은 사람을 모으고 쉬게 하고 행복을 선물한다. 고인쇄박물관과 흥덕사는 이렇게 살아있는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트렌디한 감각과 아름다운 공간이 가득한 운리단길은 문화와 젊음의 거리다. 2022 직지문화제는 운리단길의 공방, 카페, 가계와 힘을 모았다. `운리단길 음식락작 투어'를 통해 축제와 지역 상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쫓았다. 직지 상품권이라는 신박한 아이디어로 운리단길에 사람을 모았고, 축제장으로 가는 새로운 길을 냈다.

상인들은 할인 행사로 응답했고, 바쁜 걸음이 더 바빠졌다. 늘어난 손님으로 운리단길은 유명세를 탔고 상인들의 카드 결제기는 덩달아 신이 났다. `나만의 장서인 만들기'는 천여 명의 시민들이 신청했고, `가족 마당극 금속이와 활자'는 늦은 밤까지 아이의 손을 잡는 부모로 붐볐다. `흥덕사 무심 음악회'는 모기장 음악회로 이름을 알렸고, 박물관과 전수교육관은 늦은 밤까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독일 클링스포어 박물관 전시는 뒤로 갈수록 관람객이 몰렸고, 유네스코직지상은 전 세계에 청주의 문화적 위상을 높였다.

지역과 상생협력 해야만 고인쇄박물관이 활성화된다. 지역의 예술가들이 만든 콘텐츠가 쌓여야 직지 문화제가 튼튼해진다. 직지문화제의 뿌리는 고인쇄박물관과 지역 예술인이다. 밤에 만난 직지 문화제의 공간은 새롭게 발견된다. 예술인의 땀방울로 직지문화제 콘텐츠는 재창조된다. 연극은 끝났지만, 무대는 계속될 것이다. 청주의 문화 상징인 직지가 청주를 넘어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되기를 소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