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성장 동력과 일본 문화산업
청주의 성장 동력과 일본 문화산업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3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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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 청 논 단
정 규 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일본은 미국과 더불어 문화산업 분야에서 세계 선두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일본만화는 '망가'라는 일본식 발음으로 이미 전 지구적 보통명사화 되었고, '아니메'라고 부르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미국 사전에도 버젓이 올라 있을 정도다.

우리가 여전히 전자제품 제조회사로 알고 있는 소니(SONY)는 플레이 스테이션으로 대표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기업의 핵심전략으로 탈바꿈한 뒤 미국의 콜롬비아 영화사를 인수하거나 게임 소프트웨어의 판매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한국은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뒤, 이를 국가의 10대 성장 동력산업의 하나로 설정해 진흥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범정부차원의 지원 및 진흥정책의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어쨌든 소위 '한류'로 대표되는 우리 문화산업의 변별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국내 문화산업의 성장속도 역시 지난 2000년부터 2004년의 한국 GDP증가율 연 평균 5.4%를 훨씬 웃도는 9.7%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의 문화산업 격차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까닭을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에서 찾아야 한다.

'망가'와 '아니메'로 대표되는 일본의 문화산업이 지금처럼 융성하게 되는 바탕에는 한국과는 뚜렷이 다른 역사적 차이에서 그 근거를 찾아야 한다.

일본과 한국의 근대화의 배경에서 각각 큰 흐름을 이끌고 있는 조닌 소설과 방각본 소설 및 판소리계 소설은 당시 대중문화의 주류였다.

이러한 대중문화의 흐름이 한쪽에서는 철저하게 통속적이며 상업성을 전제로 전개되는 반면에 우리는 철저하게 사대부의 유학이념을 바탕으로 농민을 정치적 기반의 하나로 인식하는 차원에서 소설을 도구로 사용하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공연예술분야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일본의 가부끼는 반드시 관람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업성에 철저한 반면, 우리의 판소리는 양반지주가 연희의 비용을 지불하거나 일정한 룰이 없이 십시일반의 형식으로 시장이 형성되는 차이가 있다.

물론 이러한 양국의 문화에 대한 산업적 접근방식은 그 이면에 상당히 복잡한 정치적 배후가 얽혀 있으며, 그 외에도 우리 민중의 개방성과 일본의 고립성이라는 국민적 정서도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되기는 한다.

그러나 그러한 이념적인 잣대로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문화산업 장르들이 가치를 재단할 수는 없으며, 그야말로 진지하고 예술적인 판단만으로는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쉽지 않음을 주지해야 한다.

영화 '디워'를 둘러싼 네티즌과 영화평론가들 사이의 논쟁은 물론이거니와 소위 평론가의 별점과 영화의 흥행성공 여부가 등식의 불일치를 거듭하고 있음은 우리가 문화산업의 비전을 말할 때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이다.

청주시민들이 미래 청주의 경쟁력이 될 신 성장동력산업으로 청주문화산업단지의 육성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일본과 한국의 문화산업이 갖고 있는 현실적 한계와 극복과제에 대해 고민하면서 대중이 희망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명제에 집착하게 된다.

그리고 유난히 공짜를 좋아하는 우리의 인식과 불법복제 등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해 생각한다.

과연 언제까지 품위를 지켜야하며 통속적인 것을 경멸해야 하는가.

오히려 우리의 개방성을 장점으로 세계적 보편성의 확보를 통해 일본을 능가하는 한국의 문화산업을 꿈꿔야 한다. 청주의 미래 신 성장 동력산업의 최우선으로 문화산업을 선택한 시민들의 판단에 새삼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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