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호강을 어떻게 불러왔을까
우리는 미호강을 어떻게 불러왔을까
  • 조범희 충북도 학예연구사
  • 승인 2022.09.25 1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조범희 충북도 학예연구사
조범희 충북도 학예연구사

 

예로부터 하천 이름은 유역과 지류에 따라 제각각 명명되거나 지칭되었다. 조선후기로 갈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며, 18~19세기에 제작된 여러 지리지 자료에는 고스란히 이러한 추세가 담겨 있다. 이 가운데 세밀한 지도로 평가받고 있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같은 지류인데 충남 부여는 백마강으로, 공주는 금강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는 최근에 명칭이 바뀐 미호강도 마찬가지였다. 대동여지도에 청주지역 상류부터 미호강에 해당하는 곳은 오근진(梧根津), 작천(鵲川), 진목탄(眞木灘), 망천(輞川), 부탄(浮灘), 미곶(彌串)을 지나 연기의 동진(東津)으로 흐르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현재의 미호라는 지명은 20세기 들어오면서 나타난다. 미호는 연기의 미곶 또는 미꾸지에서 유래하였다는 의견이 있으나 분명하지는 않다. 최초의 기록은 1905년 일본 내무성이 조사한 한국도로`하천 조사 및 토목사업에 대한 보고서'의 미호천(尾湖川)이다. 1908년 최남선의 `경부철도가'에도 `미호천(尾湖川)'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후 미호강은 `미호(美湖)'와 미호`(尾湖)'라는 명칭을 혼용한 것으로 보인다.

1914년 들어 일제는 효율적인 식민통치를 목적으로 행정구역 통폐합을 진행하게 된다. 그러면서 일제는 미호천을 사례로 제시하며 전국적으로 혼용되고 있는 하천 명칭 통일을 지시하였다. 그렇지만 여러 기록을 볼 때 미호강은 1920년대까지도 미호(美湖)와 미호(尾湖)가 혼용되었다. 그러다 1927년 조선총독부관보 제104호에 따라 하천의 명칭 및 구간을 고시하면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미호(美湖)라는 명칭으로 통일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미호강 지명이 일제 잔재이기 때문에 일부 자료에 기록된 동진강(東津江)으로 바꿔 부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동진(東津)은 연기군의 금강과 미호강이 합류하는 일대에 있던 나루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이에 따라 동진원(東津院)이라는 역원도 있었다. 옛 자료를 종합해보면 동진의 영역은 거의 일관되게 조치원부터 금강으로 합수되는 지점까지로 나타난다. 또한 동진은 방위와 나루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지명이기 때문에 전국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지명이다. 특히 전북 정읍에서 발원하여 호남평야를 거쳐 황해로 유입되는 동진강(東津江)이 유명하다.

그렇다면 지명은 당시 주변에 거주하였던 사람들의 인식 여부가 중요하다. 특히 청주 지역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지역 주민들이 미호강을 동진으로 인식해왔을 가능성은 많지 않다. 청주 읍치를 기준으로 미호강은 서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에 미호강 일대를 작천(鵲川)으로 인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는 많다. 대표적으로 실학자 유형원이 1656년에 편찬한 `동국여지지'에는 청주와 청안에 관한 기록에도 미호강 일대를 작천으로 기록하였다. 또한 개인 기록으로 서찬규의`임재일기'에는 1857년에 복구정(伏龜亭, 천안)에서 작천을 지나, 50리를 더 가서 청주에 도착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밖에 여러 기록을 토대로 추정해보면 당시 사람들은 미호강 일대를 제각각 지명으로 불렀을지라도 작천이라는 큰 물줄기로 인식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지명은 지역의 정체성과 직결되며, 지역 주민 간 공유해왔던 것이기에 접근할 때는 신중하고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연구성과와 발굴자료 등을 토대로 한 충북 지역의 역사를 총망라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충청북도지' 편찬으로 가능하다. 도지(道誌)는 충북인의 시각으로 역사뿐만 아니라, 지명, 사회 등 도내 전 지역, 전 분야를 종합하는 공인된 충북 기록서이다. 지난 1991년 편찬이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이제는 새로운 시대와 충북의 위상에 적합한 `충청북도지' 편찬을 통해 올바른 역사 정립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