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同志)
동지(同志)
  • 심진규 진천 상신초 교사(동화작가)
  • 승인 2022.09.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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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심진규 진천 상신초 교사(동화작가)
심진규 진천 상신초 교사(동화작가)

 

동지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어두컴컴한 지하 방에서 은밀히 군자금을 건네주고 건네받으면서 손을 맞잡는 독립운동가가 떠오르시나요?

서로를 뼛속까지 믿는 사이인 두 사람이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만남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삶 속에서 수많은 동지를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동지가 동지인 줄 모르고 살거나 서로를 미워하며 살기도 합니다.

동지라는 말은 한자 그대로 풀어보면 `뜻을 같이하는 사람'입니다. 바라보는 방향이 같은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오늘은 제가 생각하는 특별한 동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학교에서 학생들과 보낸 시간이 스무 해가 조금 넘어요. 그 시간 동안 저는 학생 보호자를 동지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여기서 잠깐, 흔히 쓰는 `학부모'라는 말 대신 `학생 보호자'라는 말을 사용하는 까닭은 학생에게 부모가 다 있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입니다. 단 한 명의 아이라도 `학부모'라는 말로 인해 상처를 받으면 안 되기 때문에 보호자라는 말을 사용할게요. 읽기 어색하시더라도 이해해주세요.

내 아이가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보호자는 없지요. 내가 만나는 아이가 나쁜 길로 가길 바라는 교사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학생 보호자와 교사는 학생을 중심에 두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학생 보호자와 교사의 관계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고 부담스럽습니다. 편하게 연락하기도 어렵고 연락이 오면 `무슨 일이지?'하며 걱정이 앞섭니다. 왜 이렇게 불편한 사이가 되었을까요?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학생 보호자 입장에서는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늘 궁금합니다. 혹시라도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면 어쩌나? 담임 선생님은 무섭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섭니다. 직접 눈으로 볼 수 없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불안한 마음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어떨까 합니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 모습을 보면서 놀랄 때가 많아요. 어떻게 저렇게 아이들에게 헌신적일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조금만 더 마음을 편히 하고 `내 아이가 잘 지낼 거야'라는 믿음을 보여주시면 어떨까요? 보호자가 불안해하면 아이도 불안해집니다.

교사도 조금 더 열린 마음을 가지면 어떨까요?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불안한 마음과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학생 보호자가 기댈 사람은 교사밖에 없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보호자의 걱정이 지나치다고 여기지 않게 됩니다.

학생 보호자를 떠올릴 때 학생이 학교 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으로 생각하면 마음을 여는 것이 조금은 쉬울 것 같아요.

교사와 보호자가 아이들 배에 태우고 함께 노를 저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볼게요. 노 젓는 방향이 달라도, 속도가 달라도 배는 잘 가지 못하고 빙빙 돌고 맙니다.

아이를 중심에 두고 서로 힘을 모아야 배가 앞으로 잘 나가겠지요. 같은 배에 타고 있는 사람이 서로를 믿지 못하고 `왜 나만 더 힘들게 노를 저어야 해?'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요?

학생 보호자와 교사는 어떤 계약관계도 아니며 그래서도 안 됩니다. 서로에게 든든한 힘이 되는 동지가 되어보면 어떨까요? 교사와 보호자가 동지가 된다면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더 많은 배움을 얻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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